60년이나 늦은 우주비행…82세 월리 펑크, 베조스와 꿈 이룬다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21.07.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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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리진 '뉴셰퍼드호' 오는 20일 고도 100km 비행…베조스 동생·18세 예비 물리학도도 탑승

블루 오리진의 유인 우주비행선 뉴세펴트호의 시험 비행 장면. /자료=블루 오리진 홈페이지블루 오리진의 유인 우주비행선 뉴세펴트호의 시험 비행 장면. /자료=블루 오리진 홈페이지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 계획인 '머큐리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일하던 흑인 여성 과학자들을 다룬 영화 '히든 피겨스'도 당시를 배경으로 한다.



머큐리 프로젝트의 히든 피겨스는 또 있다. 바로 1961년 '머큐리 13' 그룹에 참여했던 13명의 여성들이다. 나사의 '여성을 우주로'(Woman In Space) 프로그램 아래 모인 이들은 혹독한 비행 훈련을 견뎌냈지만, 결과적으로 우주에 가지 못 했다. 미 연방정부가 여성들에게 훈련에 필요한 군사시설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39년생의 월리 펑크는 머큐리 13 그룹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82세의 나이로 60년을 기다려온 우주비행에 나선다.



아마존 창업자이자 우주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을 세운 제프 베조스는 지난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보다 더 오래 기다린 사람은 없다"며 월리 펑크의 뉴셰퍼드호 승선 소식을 전했다.

블루 오리진의 유인 우주비행선인 뉴셰퍼드호는 오는 20일(현지시각) 국제항공연맹이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으로 삼고 있는 고도 100km의 '카르만 라인' 비행에 도전한다. 베조스의 여행 동반자는 월리 펑크와 친동생인 마크 베조스, 올리버 다먼 3명이다. 이들은 총 10분간의 여행에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우주공간을 맨눈에 담아 온다.

베조스와 함께 영상에 등장한 펑크는 "환상적"이라며 "여행의 모든 순간을 사랑할 것이며, 우주에 갈 그날을 기다리기 힘들다"고 감격해 했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가 지난 1일 월리 펑크와의 우주 관광 비행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제프 베조스 인스타그램 캡쳐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가 지난 1일 월리 펑크와의 우주 관광 비행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제프 베조스 인스타그램 캡쳐


월리 펑크는 이번 비행의 '명예 게스트'로 초대됐다. 펑크는 과거 나사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주 비행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평생을 항공 분야에서 종사해왔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최초의 여성 항공 안전 조사관, 미국 연방항공청(FAA) 최초의 여성 안전 검사관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펑크는 10대에 비행기 조종 자격증을 딴 뒤 지금까지 1만9600시간의 비행 기록을 갖고 있으며, 비행 강사로 일하며 3000명 이상의 파일럿을 길러냈다. 우주비행의 꿈을 놓지 않은 펑크는 버진갤럭틱의 우주관광 티켓도 예약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버진갤럭틱은 지난 11일 사상 처음으로 고도 88.5km의 민간 우주관광에 성공했다.

월리 펑크의 젊은 시절 모습. /사진=블루 오리진 홈페이지월리 펑크의 젊은 시절 모습. /사진=블루 오리진 홈페이지
뉴셰퍼드호가 우주 비행에 성공하면 펑크는 최고령 우주여행자 기록을 갖게 된다. 기존 기록은 1998년 77세 나이로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했던 존 글렌이 갖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존 글렌은 펑크가 참여했던 머큐리 프로젝트를 통해 1962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유인 우주궤도 비행에 성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뉴셰퍼드호의 마지막 남은 한 자리는 네덜란드의 18세 예비 대학생 올리버 다먼에게 돌아갔다. 다먼 역시 이번 비행을 통해 최연소 우주여행자 기록을 갖게 된다.

당초 경매를 통해 2800만달러(약 320억원)을 내고 티켓을 샀던 예약자가 일정 문제로 다음 기회로 비행을 미루면서, 다먼이 먼저 기회를 얻게 됐다. 다먼은 네덜란드 투자회사인 서머셋캐피털파트너스 설립자 조스 다먼의 아들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물리학과에 입학할 예정이다.

오는 20일(현지시각) 예정된 블루 오리진의 유인 우주비행에 참가하는 올리버 다먼. /사진=블루 오리진 홈페이지오는 20일(현지시각) 예정된 블루 오리진의 유인 우주비행에 참가하는 올리버 다먼. /사진=블루 오리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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