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쇼크'에도 분주한 롯데호텔, ESG·신사업 승부수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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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에서도 ESG·신규사업 발굴에 박차…롯데렌탈로 재무부담 던 상황에서 숙원사업 IPO 노린 행보란 분석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 호텔 전경. 사진=롯데호텔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 호텔 전경. 사진=롯데호텔


'코로나 보릿고개'에도 '토종 호텔체인' 롯데호텔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경영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받아들여 체질개선을 시작했고, 신규 투자를 단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대대적인 변화를 촉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행보와 보폭을 맞추는 동시에 숙원사업인 IPO(기업공개) 추진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호텔사업부문인 롯데호텔이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달 ESG 경영 원년을 선포하고 그룹 차원의 ESG 전략을 사업 특성에 맞게 실행하겠다고 밝힌 롯데호텔은 최근 일회용 어메니티(객실비품)를 담았던 기존 1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대용량·다회용 디스펜서로 교체를 시작했고, 지난 6일엔 업계 처음으로 생수 라벨을 뗀 '무라벨 생수'를 내놨다.

ESG와 연계한 신사업 발굴에도 나섰다. 지난달 동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600세대 규모의 시니어 타운을 조성, 2024년부터 운영한단 청사진을 밝히면서다. 비용과 수익성, 서비스 인프라 등의 문제로 국내 호텔업계가 발을 들이지 않았던 영역에 선제적으로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ESG 중에서도 'E'에만 집중해 한계가 있단 지적이 나왔던 호텔업계 행보와 달리 'S'측면까지 고려한 사업이란 평가다.
롯데호텔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특급호텔 중 이례적으로 '무라벨 생수'를 도입했다. /사진=롯데호텔롯데호텔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특급호텔 중 이례적으로 '무라벨 생수'를 도입했다. /사진=롯데호텔
기존 특급호텔 사업도 확장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부산 해운대와 미국 시애틀에 특급호텔 깃발을 꽂더니 지난해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의 리뉴얼을 시작해 내년까지 완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최상위 브랜드인 시그니엘을 베트남 하노이에 개관,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는 작업까지 추진 중이다.



녹록지 않은 호텔업황과 부진한 실적을 고려하면 의외의 공격적인 사업 전략이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매출액이 4950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45.3%) 났고, 영업손실만 354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비즈니스·관광수요가 막히며 영업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랄 판에 적지않은 비용을 들여야 할 투자를 전방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라이벌로 급부상하고 여행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손놓고 있다간 뒤쳐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높아지며 신동빈 회장이 전면에 나선 것도 무관치 않단 해석이다. 호텔 활로로 장기투숙상품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신 회장이 호텔사업 글로벌화와 서비스 고도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여수 벨메르를 찾은 신 회장은 최근 라이벌인 조선 팰리스 호텔에 방문해 화제를 낳았다.
롯데는 지난 1일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진행했다. 하반기 VCM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사진제공=롯데지주롯데는 지난 1일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진행했다. 하반기 VCM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사진제공=롯데지주
이 같은 롯데호텔의 ESG, 신사업 행보는 그룹 전체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초석 다지기란 분석이다. 롯데렌탈의 증시 데뷔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다음 주자로 호텔롯데가 거론되는 만큼 사전작업 차원이란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매출회복 시기에 맞춰 ESG 경영과 신규사업을 다져놓은 경우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렌탈 IPO 호재는 이 같은 적극적인 사업을 가능케 만드는 요소다. 호텔롯데가 롯데렌탈의 지분을 47.06%를 보유하고 있어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호텔롯데는 롯데렌탈 인수 당시 재무적투자자(FI)인 그로쓰파트너의 도움을 받으면서, 내년 11월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해당 회사가 가진 지분(19,61%)을 되사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이 부담을 덜게 된 것도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선 호텔롯데가 코로나19 회복과 함께 IPO 작업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의 IPO 후 호텔롯데가 IPO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호텔롯데의 IPO는 롯데지주와의 합병을 포함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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