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몰래 찾은 신동빈, 전엔 없었던 '쓴소리' 이유는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1.07.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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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공장을 연이어 방문해 그룹의 미래먹거리가 될 그린소재 및 배터리소재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사진은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에서 신동빈 회장이 2차전지 소재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조현철 롯데알미늄 대표이사, 한충희 롯데알미늄 소재사업본부장, 신동빈 롯데 회장, 손병삼 롯데알미늄 연구부문장./사진= 롯데지주 제공지난 5월 1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공장을 연이어 방문해 그룹의 미래먹거리가 될 그린소재 및 배터리소재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사진은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에서 신동빈 회장이 2차전지 소재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조현철 롯데알미늄 대표이사, 한충희 롯데알미늄 소재사업본부장, 신동빈 롯데 회장, 손병삼 롯데알미늄 연구부문장./사진= 롯데지주 제공


롯데그룹이 대대적인 변화를 선포한 가운데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확 달라진 모습으로 변화의 중심에 섰다.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이전과 달리 따끔한 질타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이같은 적극적 행보는 지난 5년간 그룹 안팎의 악재로 인해 정체해 있던 롯데그룹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쇼핑·화학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를 수시로 방문하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현장 방문이 대부분 비공식 일정으로 진행돼 내부 직원들마저 일정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 5~6월에도 비공식 일정으로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대구점을 각각 방문했다. 두 지점 모두 인근에 있는 경쟁 백화점보다 매출 등 실적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곳들이다. 백화점 업계 1위 롯데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신 회장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개선사항을 점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차례 현장 점검을 통해 신 회장은 △올드한 MD(상품군) △부족한 명품 구성 △느린 변화 속도 등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 회장은 현장에선 말을 자제하는 편이지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추후 확인시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따금한 질책도 아끼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롯데그룹 내부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은 "신 회장이 얼마 뒤 같은 매장에 또다시 방문해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지적할 만큼 변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5월 8일엔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압구정점을 방문했다. 메가스토어는 롯데하이마트의 주력 사업으로 코로나19(COVID-19) 상황에서도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관련 임직원을 격려하고, 그룹 차원의 전략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방문으로 풀이된다. 한 주 뒤인 15일에는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과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을 찾았다. 인천공장은 국내 유일의 식의약용 셀룰로스유도체 생산공장으로 상업생산을 앞두고 점검 차원에서의 방문이었다. 본업인 유통뿐만 아니라 신사업 발굴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신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MZ세대 인기 매장이나 경쟁업체 신규 사업장도 신 회장의 관심 대상 중 하나다. 신 회장은 최근 청담동 '메종 사우스케이프', 한남동 '대림 드림하우스', 역삼동 '조선 팰리스 강남'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업체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신 회장의 그간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변화를 위해선 롯데에만 머물 게 아니라 다양한 현장을 방문, 최신 트렌드를 접해야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이렇게 신 회장이 유독 현장 방문에 집중하는 이유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 1일 VCM에서도 "의미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야 한다"며 "그 해답은 늘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이 있는 현장에서 찾을 수 있음을 명심해 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실 롯데그룹은 2015년 일명 '형제의 난'으로 불린 경영권 분쟁을 시작으로 신 회장 구속,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불매운동 등 그룹 안팎의 악재에 시달려왔다. 이렇다 보니 신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길 꺼려한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수소·자율주행·푸드테크 등 신사업의 초기 성과가 하나둘 나오며 변화에 드라이브를 걸 만한 시기가 다가왔다. 신 회장도 지난해와 올해가 롯데그룹 변화의 적기라는 판단 하에 현장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현장에 답이 있고 현장에서 개선점과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게 신 회장이 가진 원칙"이라며 "전 사업 영역을 망라해 직접 현장에 방문하거나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는 등 스스로도 실천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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