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총알 확보한 신라젠, 400억 더 모은다…왜?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1.07.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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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신라젠의 상폐 여부가 결정되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모임 회원들이 거래재개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30/뉴스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신라젠의 상폐 여부가 결정되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모임 회원들이 거래재개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30/뉴스1


바이오 기업 신라젠 (5,160원 ▲10 +0.19%)이 유상증자로 600억원을 확보한 가운데 400억원을 더 모은다. 올해 거래 재개를 위해 실탄을 추가로 확보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신라젠 관계자는 최근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과 관련해 "추가 조달 자금은 신라젠의 파이프라인 증대와 사업 투자 등에 쓸 것"이라며 "상장 유지를 넘어 기업가치 증대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신라젠은 앞서 진행한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이 완료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신라젠 최대주주는 엠투엔 (3,035원 ▲25 +0.83%)으로 바뀌었다.



이와 별개로 신라젠은 지난 14일 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600억원에 이어 추가로 400억원을 더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400억원 규모 유상증자의 한 주당 발행가액은 3200원으로, 앞서 엠투엔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상증자 때와 같다. 배정 대상자는 뉴신라젠투자조합1호로, 기관투자자 등이 출자자(LP)로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젠의 이 같은 자금 조달 행보는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은 기업 중 자본금 부족에 발목을 잡힌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지난해 5월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기소로 거래정지 됐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 받았다.

신라젠은 거래 재개를 위해 경영 정상화와 지배구조 개편 등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자금으로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의 실탄을 손에 쥐게 된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의 거래 재개 조건 중 하나로 500억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언급한 바 있다. 신라젠은 이 금액의 2배를 조달하게 된다.

신라젠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1000억원을 자본금 확충, 파이프라인 확장,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신라젠은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할 때 단일 파이프라인 '펙사벡'을 내세웠다. 펙사벡의 신장암 치료제 임상 2상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약 5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고, 이를 기반으로 500억원 투자 유치란 과제를 받았다.

당시 신라젠은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펙사벡 단일 약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신라젠을 인수한 엠투엔은 단일 약물 의존도에서 탈피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파이프라인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바이오 업계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후보물질 추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후보물질 추가와 연구개발엔 비용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데, 앞서 확보한 600억원으로 새 파이프라인 개발 자금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신라젠이 4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항암 신약 후보물질 인수와 기초단계 연구엔 50억~100억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실험을 마친 파이프라인의 경우 인수하는 데 수백억원이 들기도 한다.

신라젠은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펙사벡 외 신약 후보물질 도입과 연구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단 신호를 시장에 제시한 셈이다.

또 향후 기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자금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영업지속성 측면에서도 점수가 올라갈 수 있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신라젠은 매출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풍부한 자본금 확보가 절실한데, 거래정지 상태에서 1000억원을 확보할 경우 가장 기본적인 허들을 넘을 수 있다"며 "기술특례로 상장한 신라젠은 조만간 최소 30억원 매출을 증명해야 하는데, 매출 기업이나 사업부 인수 등을 위한 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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