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완판"…쓰기 불편해도 '비누' 사는 2030, 왜?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1.07.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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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티카의 샴푸바 이미지/사진=아로마티카 공식 홈페이지 아로마티카의 샴푸바 이미지/사진=아로마티카 공식 홈페이지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는 가운데 뷰티업계에서 장기간 소외됐던 '비누'가 주목받고 있다. 1000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 세안제'의 대명사였던 비누는 폼클렌징, 클렌징오일 등 고가의 세안 화장품이 등장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버렸으나 2021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트렌드를 타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구도 살리고 피부도 살리자'는 철학으로 만든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대표 제품 '로즈마리 삼푸'를 비누 형태의 샴푸바로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의 요구가 기업을 바꾼 것이다.



불편하지만 착한 '가치소비'…2030 여성들이 비누 샀다
자주(JAJU)의 제로바 이미지 자주(JAJU)의 제로바 이미지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는 MZ세대(18세~34세) 사이에 가치소비가 대세가 되면서 2030세대의 비누 구매량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비누는 튜브형 폼클렌징이 플라스틱 튜브 쓰레기를 배출하고, 샴푸가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과 달리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없고 액상형 세안제·샴푸에 비해 보존제 등 화학 성분도 적게 들어간다. 피부의 건강은 물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인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지난 6월 초 고체 비누 '제로바' 6종을 출시해 5개월치 판매 예정 물량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 물량은 첫 출시 한달 만에 모두 완판됐다. 제로바를 구매한 고객의 80%는 20대~30대로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였다.

자주는 사회적 기업 동구밭과 협업해 샴푸, 트리트먼트, 바디워시, 주방세제를 모두 비누 형태로 제작했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친환경 인증 FSC종이에 콩기름으로 인쇄한 패키지를 적용해 포장지마저 100% 재활용이 가능하게 했다. 또 방부제나 인공향, 인공색소 등을 모두 뺀 착한 성분으로 제작했다.

자주의 제로바 중에 가장 인기를 끈 제품은 샴푸바다. 액체 샴푸보다 두배 이상 오래 사용할 수 있어 샴푸바 1개에 플라스틱 통 2~3병을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그밖에 콩 단백질로 머릿결을 부드럽게 케어해주는 트리트먼트바, 쌀뜨물과 베이킹 소다, 소금 등의 안전한 원료를 함유한 설거지바 등이 인기다. 자주 제로바의 6개 제품 중 4개 제품이 입고 즉시 매진돼 지금은 예약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비누와 라부르켓 솝 로프 이미지 산타마리아노벨라 비누와 라부르켓 솝 로프 이미지
한개에 5만원 고가 비누도 '인기'...비누 포장재도 '제로 웨이스트' 실천
'비누 열풍'이 불며 비누 하나에 5만원하는 고가의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화장품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고체 비누는 구매 고객이 급증하면서 올해 1~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스웨덴에서 온 명품 화장품 브랜드 라부르켓은 지난해 국내 첫 출시 당시 3종의 비누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찾는 고객이 늘며 2종을 추가 수입해 총 5종의 고체 비누를 판매 중이다. 그 중에서도 자연 생분해 가능한 노끈이 내장된 '솝 로프'는 욕실 인테리어 제품으로도 인기를 얻으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라부르켓 고체 비누 1~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고체비누 시장이 커지면서 쓰임새나 성분을 다양화하고 짓무름 등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며 "앞으로 고체비누뿐 아니라 대나무 소재 생활용품 등 환경친화 제품 종류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버섯균사체 박스와 낫랩을 이용한 러쉬(LUSH)의 선물세트 이미지 버섯균사체 박스와 낫랩을 이용한 러쉬(LUSH)의 선물세트 이미지
뷰티업계는 기존 화장품을 고체비누 형태로 출시하는 동시에 비누 포장재에서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체 샴푸바의 '원조'로 불리는 영국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는 일찍부터 '누드 포장'을 고집해왔다. 세안 및 샤워할 때 필요한 세안제와 바디,샴푸 제품을 비누로 출시하는 것은 물론 포장까지 최소화했다. 러쉬는 버섯균사체로 만든 상자, 티셔츠를 재활용한 엠보싱 종이, 재생 PP 소재의 리본,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한 보자기 '낫랩' 등 환경을 고려한 소재로 포장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러쉬는 보자기 포장재 '낫랩'을 추천한다. 낫랩은 쓰레기 문제를 일찍부터 고민한 러쉬가 2005년 선보인 포장재로,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해 탄생한 섬유 또는 인도의 여성 커뮤니티에서 만든 100% 오가닉 천 두 종류다. 낫랩의 가격대는 7000원에서 1만9000원까지 다양하며 스카프나 식탁매트, 손수건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모든 제품과 그 포장 및 자재를 태우지 않고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토지, 해양, 공기로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으며 책임 있는 생산, 소비, 재사용 및 회수를 통해 모든 자원을 보존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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