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트럭시위에 '화들짝'…황급히 확률형 아이템 축소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1.07.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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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불매운동 실적감소 직결…"게이머 목소리 커졌다"

/사진=데브시스터즈/사진=데브시스터즈


데브시스터즈 (52,000원 ▼100 -0.19%)의 모바일 게임 '쿠키런: 오븐브레이크'가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뽑기형 상품)을 도입했다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이용자들이 트럭시위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올 초부터 이어진 게임업계 트럭시위로 온라인상의 이용자 목소리가 오프라인으로 대거 표출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는 지난달 말 쿠키런을 업데이트한 후 열흘 만에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확률형 아이템 '수호카드' 영향력을 줄이고, 캐릭터의 능력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롤백'(개편 이전으로 되돌리기)한 게 골자다. 기존에 구매한 수호카드 패키지는 환불하고, 전체 이용자에게 사과의 뜻으로 게임 내 재화를 지급키로 했다.



2016년 출시된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는 유료 아이템 없이도 누구나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다. 전세계 37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을 정도로 이용자층이 넓다.

그러나 이번에 RPG(역할수행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확률형 아이템이 도입되면서 과도한 과금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용자들은 "게임 장르가 바뀌었다"며 "수호카드를 폐지해 게임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금·무과금 이용자 간 격차가 커져 돈을 쓸수록 유리해지는 '페이 투 윈'(Pay to Win) 게임이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5, 6일엔 데브시스터즈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트럭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한 트럭에서 "신규 유저에게는 진입장벽, 기존 유저에게는 청천벽력, 누구를 위한 업데이트인가" 등의 항의 메시지가 떴다. ND러너·정덱 등의 게임 유튜버들도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비판 영상을 올렸다.

이에 데브시스터즈는 "이번 업데이트로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며 개선안을 공개했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다음 업데이트 기점으로 개선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이용자들의 의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N도 트럭시위에 실적감소…업계 긴장 확대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이용자들은 지난 5,6일 데브시스터즈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이용자들은 지난 5,6일 데브시스터즈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올 초부터 게임사 정책에 반발한 이용자 트럭시위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월 넷마블 (56,900원 ▲1,400 +2.52%)이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이벤트를 일방적으로 중단하자 이용자들이 넷마블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인 것이 시초였다. 이를 시작으로 넥슨의 '마비노기'·'메이플스토리', 엔씨소프트 (173,600원 ▲3,100 +1.82%) '리니지M' 등이 트럭시위 대상이 됐다.


트럭시위 여파도 크다. 메이플스토리는 올 1분기 이용자 수가 감소했고, 리니지M은 이용자 불매운동 여파로 4년간 유지한 구글플레이 매출 1위 자리를 최근 카카오게임즈에 내줬다. 이처럼 트럭시위가 실적감소로 직결되자 게임사도 이용자와의 소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넥슨은 최근 메이플스토리를 개편하면서 이용자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하고, 이를 개발자 직접 설명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였다.

올해 '실적 폭주기관차'로 떠오른 데브시스터즈도 트럭시위가 이용자 불매운동으로 번져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까 관련 대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데브시스터즈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의 5.7배인 1054억원, 영업이익은 45배 수준인 235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게임업계 트럭시위는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는 메타버스 사회의 또다른 현상"이라며 "트럭시위를 나쁘게 볼 게 아니라 이용자의 소통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옴부즈맨 제도' 등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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