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세' 장벽 세운 EU…관세 폭격 휘말린 '韓 철강'

머니투데이 장덕진 기자 2021.07.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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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전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철강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잠정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 창고에 수출을 앞둔 열연 제품들이 쌓여있다. EU집행위원회는19일(현지시간) 열연·냉연강판, 도금칼라, 봉·형강 등 23개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효한다고 밝혔다.2018.7.19/뉴스1  = 19일 오전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철강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잠정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 창고에 수출을 앞둔 열연 제품들이 쌓여있다. EU집행위원회는19일(현지시간) 열연·냉연강판, 도금칼라, 봉·형강 등 23개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효한다고 밝혔다.2018.7.19/뉴스1


탈탄소를 추진 중인 EU가 역내 철강 수입 물량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한다. 유럽향 수출 물량이 큰 철강업계는 무역 관세를 맞닥뜨리게 됐다. 특히 개별 기업 대상이 아닌 국가 단위로 적용되는 정책인 만큼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이 어려워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대륙의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의 55%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M)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CAB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역내 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제품 수입자가 품목별 탄소 함유량에 해당하는 인증서를 구매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규제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연간 200만톤 이상 수출하는 EU...개별 기업은 속수무책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에 철강업계는 대응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기존 관세인 반덤핑과 상계 관세는 특정 업체를 대상으로 부과됐다. 규제 당국은 특정 기업이 무역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해당 기업은 규제 당국에 자료를 제출하는 등 소명하며 관세 조치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

이번 EU의 탄소국경세는 특정 국가의 제품별로 적용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대응이 크게 제한된다. 한 국가의 제품이 수입국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경우 제품에 일괄적으로 규제를 가하는 세이프가드 조치와 유사한 성격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EU의 계획은 제품별로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라며 "개별 기업으로서는 관세를 부담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규제를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수출물량이 적지 않다는 점도 철강업계를 압박한다. 이날 발표된 EU의 규제안은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5개 분야에 우선 적용된다. 해당 품목 가운데 철강의 수출물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규제의 영향도 철강업계에 가장 크게 미칠 전망이다. EU는 철강업계가 △2018년 294만톤 △2019년 278만톤 △2020년 221만톤 수출량을 기록해 전체 철강 수출의 10% 가량을 차지한 비중 있는 시장이다.

정부와 관계부처 역할 중요...민관 대응 점검
EU 탄소세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업계는 정부와 업계가 적극 소통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EU의 탄소세 부과는 지속적으로 제기된 이슈로 업계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며 "정부가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EU 당국과 논의를 통해 철강업계의 피해 최소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과 탄소세 논의가 있기 보다는 주로 협회 차원에서 업계가 정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향후 정부와 업계가 소통하고 업계의 탄소절감 노력이 탄소세 부과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한 철강 분야 민관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기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는 박진규 산업부 차관과 한국철강협회,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동부제철이 참석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향후 탄소세 법안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한국의 입장을 정리해 EU와 지속 협의할 계획이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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