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메타버스로 간다'...출근부터 워크숍까지 업무풍경 바꾼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1.07.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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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벤처스 메타버스 워크숍 기념사진 /사진제공=소풍벤처스소풍벤처스 메타버스 워크숍 기념사진 /사진제공=소풍벤처스


#'촤아아아아' 시원한 파도소리. 바닷가 펜트하우스에 십수명의 사람들이 모여 맥주, 치킨을 먹으면서 '루프탑 파티'를 밤늦도록 즐긴다. 코로나19(COVID-19)에도 방역수칙을 따르거나 마스크를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메타버스 속 가상공간에서 열린 행사여서다. 온라인 화상 화면과 아바타를 통해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했지만, 몸은 각자 집에 있었다. 최근 국내 벤처투자생태계에서는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온·오프라인 믹스 모임이 한창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초기 투자 전문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소풍벤처스는 이달 12일부터 2박3일간 메타버스 워크숍을 진행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을 통해 임직원들은 서울부터 제주 전국에서 재택 근무를 하면서 워크숍을 펼쳤다. 워크숍은 일정대로 진행됐다. 조직·본부별 상반기 결산 회의, 하반기 방향성 및 사업전략 수립부터 부서별 회의, 단체 행사, 저녁 회식 등이었다.

참석자들은 자유시간에는 삼삼오오 모여 가상공간 곳곳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오프라인으로 전환해 개인 시간을 가졌다. 온라인 회식은 가상공간 속 루프탑에서 4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사전에 참석자들이 각자 집에서 맥주와 치킨 등 음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쿠폰 등을 지급했다. 각자 시켜서 화면을 마주하면서 같이 먹고 얘기도 하는 방식이었다.



소풍벤처스가 사용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더하우스다. 쉬운 설정과 2차원(D) 아바타 등이 특징이다. 과거 싸이월드 같이 아기자기한 2D 아바타를 설정해 가상 공간(건물)을 돌아다닐 수 있다. 사람 규모에 따라 공간을 나눌 수 있다. 최소 2명부터 100명까지 총 4개 방 중 하나를 설정할 수 있다. 아바타끼리 거리가 가까워지면 화상 모드가 작동해 얼굴이 나온다. 둘이서 조용히 대화할 수도 있고, 전체를 대상으로 발표를 할 수도 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메타버스는 이전의 비대면 화상 회의보다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라며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지속되면서 기존에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던 투자기업들 교류 행사를 하반기 중 메타버스 행사로 추진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유니콘 '직방' 메타버스 사무실 운영…"가상공간으로 몰입감 높여"
직방 메타폴리스 주 화면직방 메타폴리스 주 화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코로나19(COVID-19) 확산의 여파로 소풍벤처스처럼 메타버스에 업무·모임 공간을 마련하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분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직방은 최근 270여명이 근무하던 강남 본사를 아예 메타버스로 대체했다. 올해 2월부터 실제 사무실 출근을 전면 폐지하고, 원격근무를 시행했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아예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공간인 '메타폴리스'를 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다.


메타폴리스는 실제 사무실을 본 따 연출한 가상 공간이다. 30층짜리 건물 1개동으로 직방 사무실은 건물 4층에 있다. 직원들의 출근 방식은 아바타로 로그인하는 것이다. 방향키를 조작해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자리가 있는 층으로 올라가 실제처럼 책상에 앉아서 근무한다. 다른 직원들과 시선이 닿으면 화상으로 연결된다. 비어있는 층은 다른 업체에 분양할 계획이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메타폴리스를 통한 원격근무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제주도나 해외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며 “실제로 최근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하면서 근무하거나 고향에 내려가는 직원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른 스타트업들도 메타버스 비대면 모임에 한창이다. 문서 작업을 위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개발 중인 '비즈니스캔버스', 교육용 통합메신저를 개발한 '클라썸' 등도 메타버스 모임 등을 열고 있다. 이들이 메타버스 비대면 모임을 이용하는 이유는 '공간' 때문이다. 기존 비대면 업무방식의 장점은 그대로 갖추면서도 공간적인 몰입감은 훨씬 높다는 설명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가상공간이라고 모든 게 무한정인 게 아니라 실제 오프라인 공간처럼 물리적인 제약이 있다는 점이 몰입감을 높인다"며 "여러 비대면 업무 도구와 호환성을 높이면 활용도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메타폴리스 직방 사무실 /사진제공=직방메타폴리스 직방 사무실 /사진제공=직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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