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공세에....은행, 사람 뿐만 아니라 앱도 구조조정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2021.07.1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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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앱과 간편 서비스를 구조조정한다. 사용량이 저조한 앱 기능과 서비스를 종료하고, 핀테크에 대적해 고객을 끌어모을 서비스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종료되는 서비스들은 도입할 때는 혁신적이었으나, 핀테크 업체들이 대체 서비스를 출시해 경쟁력을 잃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자사 앱 KB스타뱅킹을 10월까지 개편하며 간편로그인, 든든간편인증, 스마트원로그인, 계좌뷰, 모바일통장 등 기능을 종료한다. 앞으로는 KB모바일인증서,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중 한 가지를 골라 접속을 할 수 있다. 이용률이 저조한 기능을 제거해 앱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고객 편의성도 높인다. KB모바일인증서를 통해 스타뱅킹 내에서 카드, 증권 등 다른 계열사 기능을 이용할 때도 별도의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토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체들은 앱의 편의성을 내세워 많은 고객을 끌어모은 바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전부터 스타뱅킹 앱에 대해 '앱이 너무 무거워 속도가 느리다', '상품 가입에 접근할 때 너무 많은 단계를 거친다' 등의 지적을 받아왔다"며 "핀테크 앱에 대항하기 위해 불필요한 기능을 과감히 줄여 앱을 개편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28일부터 사용량 저조와 업체와의 제휴 종료로 '경조사비 이체 서비스'를 중단한다. 이 서비스는 2015년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을 방문한 고객이 현장에 설치된 단말기에서 신용카드, 현금카드를 이용해 혼주나 상주에게 경조사비를 이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됐다. 당시에는 경조사비를 내는 고객이 미리 현금을 준비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바로 납부할 수 있으며 이를 받는 혼주나 상주 역시 경조사비 분실이나 도난위험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었다.



핀테크의 성장은 이런 서비스의 매력을 잃게 했다. 토스를 필두로 무료 송금 서비스가 시작되고, 각종 핀테크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조사비 이체 서비스는 혼주나 상주가 경조사비 입금용 신한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제한이 있었다.

시중은행들은 이용률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자사 앱을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탈바꿈하려 애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12월 출시 목표로 배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 최근 신한은행은 넥슨과, 하나은행은 넷마블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금융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만연한데, 고객 친화적인 게임 형식을 가져와 금융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교육, 쇼핑 등 업종을 불문하고 게임의 형식을 적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이 열풍인 가운데 금융권도 해당 전략으로 고객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업권에서는 시중은행이 핀테크와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하면 금융사와 핀테크 간 플랫폼 경쟁이 더 격렬해 질 것"이라며 "당장 하반기에 비대면 대환대출 서비스가 시작되는데 자사 금융 상품만 소개하는 기존 금융사보다 다양한 금융 상품을 소개하는 핀테크 앱에 고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용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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