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 유동성이 기다린다…'국내 1호 상장' e커머스, 후보는?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7.15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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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뉴욕 상장에서 국내 상장으로 선회하면서 국내 1호 e커머스 상장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후보군은 컬리를 포함해 오아시스, 티몬, 11번가 등이다. 높아진 플랫폼 몸값과 70조원에 육박하는 풍부한 유동성이 상장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같은 e커머스지만 서로 다른 업태가 상장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인 컬리와 오아시스가 보다 적극적으로 상장에 나서고 있는 반면 출혈경쟁으로 허덕이는 오픈마켓인 티몬과 11번가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쑥쑥 자라는 새벽배송만큼 커지는 상장 기대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국내 상장을 위한 주관사 물색에 나서고 있다. 컬리는 지난 2018년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 쿠팡이 NYMEX(뉴욕증권거래소)에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 받으며 상장하자 뉴욕증시 상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컬리 사업이 국내에 한정돼 있다는 점, 쿠팡과 같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다시 국내 상장으로 선회했다. 올해 초 신설된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도 컬리 상장에 힘을 실어준다. 한국거래소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유니콘 기업을 잡기 위해 기업가치 1조원만 맞추면 별도의 재무요건 없이도 상장할 수 있는 요건을 마련했다.



오아시스는 NH투자증권 (11,160원 ▼180 -1.59%)와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점치고 있다. 컬리 역시 비슷한 시기에 상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가 컬리와 오아시스 상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두 회사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크게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 8000억원 수준이었던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2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보편화된 온라인 장보기가 호재다.

지난해 952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컬리는 올해 2조원에 가까운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238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오아시스는 올해 1분기 78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5% 성장한 수치도 올해도 급성장이 기대된다.


출혈경쟁에 허덕이는 오픈마켓…멀어지는 상장
티몬의 상황이 어수선하다. 티몬은 지난 4월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하반기 상장을 추진해왔다. 5월에는 전인천 대표를 선임했다. 하이브 (230,500원 ▲2,000 +0.88%)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 상장 경험을 갖고 있는 전 대표를 영입에 상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 대표는 선임 한달만이 지난달 15일 돌연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다. 티몬 관계자는 "등기이사직을 내려놨을 뿐 여전히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IPO 추진은 변함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올해 초 적극적이었던 IPO(기업공개) 열기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11번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H&Q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 투자 받으면서 조건으로 2023년까지 IPO를 약속했다. 그러나 모회사인 SK텔레콤 (50,100원 ▼600 -1.18%)이 인적분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11번가 상장에 대한 내부적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상장에 걸림돌이 되는 건 실적이다.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차이가 나는 오픈마켓 시장에서 4, 7위 업체인 11번가와 티몬이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 외형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비용이 들어가는데 특례상장을 하더라도 향후 5년 이내 흑자로 전환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2020년 11번가는 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455억원으로 .8% 증가하는데 그쳤다. 티몬은 영업손실이 2019년 763억원에서 2020년 631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같은 기간 매출액도 1512억원으로 13.9%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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