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제주는 청정 여행지? 산골짜기 리조트도 코로나 뚫렸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7.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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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비상'에도 여전한 휴가 인파에 관광업계 속수무책…정선 파크로쉬 리조트 코로나 확진에 임시영업 중단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실시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에 휴가를 제주에서 보내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실시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에 휴가를 제주에서 보내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작년 겨울에 거리두기가 강화됐을 때 제주도를 가니 오히려 사람이 없어서 좋던데요. 서울보다 제주도가 거리두기도 되고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코로나19(COVID-19) 4차 대유행으로 '7말8초' 휴가계획에 비상이 걸렸지만 김포국제공항은 여전히 붐빈다. 일부 여행객들은 매일 수 백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서울을 피해 '청정 여행지'로 알려진 강원·제주도를 찾는 편이 더욱 안전하다며 휴가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원도 산골에 위치해 거리두기 강화 시기, 최적의 휴양지로 꼽히는 럭셔리 리조트마저 확진자 발생으로 영업을 중단하자 코로나 '무풍지대'는 없단 지적이 나온다. 델타 변이를 비롯, 비수도권 확산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여행이 독이 될 수 있단 우려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가 지난 10일부터 영업을 멈춘 상태다. 직원 1명의 확진이 확인돼 긴급히 휴장했다. 파크로쉬는 오는 23일까지 2주간 임시 운영중단을 결정하고 투숙예약을 한 고객들에게 취소 연락를 돌렸다.

/사진=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사진=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파크로쉬는 HDC현대산업개발의 호텔·리조트 자회사인 호텔HDC가 2018년 개장한 프리미엄 리조트다. 관광 트렌드로 급부상한 '웰니스(Wellness·웰빙+건강)'를 콘셉트로 중·장년층 호캉스(호텔+바캉스)족에게 주목을 받았다. 호텔HDC는 파크하얏트 서울과 부산, 안다즈 서울 강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유명 관광지나 도심에 위치한 특급호텔과 달리 정선 산기슭에 나 홀로 자리잡아 여행객 사이에서 코로나19에 어울리는 관광지로 더욱 각광 받았다. 불특정다수와 마주칠 가능성이 낮아 거리두기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입소문이 무색하게 내부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파크로쉬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상황에서도 운영 중단 조치를 내렸다. 통상 호텔·리조트에서 1~2일 방역한 뒤 재개장하는 것과 달리 2주 간 운영 중단이란 강도 높은 방역을 진행하는 것도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크로쉬 관계자는 "혹시 모를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2주 간 휴업하며 전 직원 검사와 시설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강원도 여전히 붐비는데…확진자 전파 우려
 지난 11일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가운데 백사장에 마스크 착용을 알리는 깃발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1일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가운데 백사장에 마스크 착용을 알리는 깃발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파크로쉬의 휴업으로 수도권을 벗어난 휴양지가 코로나19에 안전하다는 인식도 깨질 전망이다. 실제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지던 4차 대유행이 비수도권 지역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1150명 중 비수도권에서 303명(27.6%)이 발생했다. 지난 9일 20%를 돌파한 이후 지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제주나 강원으로 향하는 인구 이동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제주관광협회의 내국인 입도객 통계를 살펴보면 전날에만 3만6425명이 제주를 찾는 등 여전히 일평균 3만5000명을 상회하는 인원이 제주를 찾고 있다. 강원도는 올 여름 휴가철에 2000만명이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1일 오후 서퍼들이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다. 서퍼들 전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다. 사진=뉴시스지난 11일 오후 서퍼들이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다. 서퍼들 전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다. 사진=뉴시스
지역 관광업계는 피서객이 몰리는 상황이 마냥 반가운 분위기는 아니다. 확산세가 커져 방역비상이 걸리면 서울·수도권 숙박업소처럼 객실운영 제한 등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확진이 증가하고 있는 제주도는 전날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고, 3단계 격상까지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는 물론 방역전문가들도 비수도권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황을 생각하면 오는 고객을 막을 수도 없어서 내·외부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2주 동안 확산세가 안잡혀 상황이 장기화하면 영업 차질로 타격이 클텐데 자영업자처럼 손실보상을 해주는 것도 아니니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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