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혁신에 휴먼터치(Human Touch)를 입힌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는 어떨까.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신한은행이 미래형 영업점으로 '점포 실험'을 시작한다. 디지털 혁신으로 고객경험을 끌어올린 동시에 창문 하나도 고객을 배려해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디지로그 브랜치는 말 그대로 디지털에 아날로그 감성을 입힌 점포다. 평소 진 행장의 철학을 그대로 담았다. 그는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는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객을 위한 휴먼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디지로그 브랜치 입구에 들어서면 대형 원형 테이블이 놓여있는데 자세히 보니 디지털 화면이었다. 이곳은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CX(Customer Experience)존이다. '초보아내' 등 자신에게 해당하는 고객군을 클릭했더니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의 평균 소득, 보유 자산, 부채 잔액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성격유형검사 MBTI에 따른 금융성향을 확인했더니 맞춤형 상품 추천 화면이 떴다. 신한은행이 지난 10년간 영업점 고객의 거래 현황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여정'을 설계한 결과다.
디지로그 브랜치엔 모두 15명의 직원이 일하는데 이 중 3명은 비대면 영업에 대한 연구를 전담한다. 영업 현장 일선에서 온·오프라인 채널 융합을 고민하는 셈이다. 창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객과 원형 테이블을 함께 클릭해보는 등 고객의 '디지털 여정'을 도왔다. 기존의 은행 풍경을 찾아볼 수 없는 건 모든 업무가 100%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입출금 등 단순 업무는 디지털 데스크를 활용한 셀프뱅킹 방식으로 처리하면 된다. 본점 직원을 화상으로 만나는 화상 상담 창구도 따로 마련됐다. 궁극적으로 현금이 오가지 않는 '캐시리스' 점포가 되는 게 목표다. 고객의 재미를 위해 원하는 사은품을 선택해서 받는 벤딩머신도 구비했다.
신한은행이 디지로그 브랜치로 실험에 나선 건 은행만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다. 빅테크, 인터넷전문은행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순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수석은 "진 행장이 디지털 혁신, 공간의 혁신, 빅테크엔 없는 신한은행만의 경쟁력 등을 화두로 던졌고 고객과 함께 고민하면서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포에 놓인 태블릿PC의 콘텐츠 구성 등도 일일이 고객의 의견을 물어 정했는데 진 행장의 말처럼 주변 직장인 고객이 디지로그 브랜치에 와서 휴식을 누리다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