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안할 수도 없고"...게임업계 신작출시 '빨간불'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1.07.13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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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블레이드앤소울2'의 게임개발총괄을 맡았다. /사진=엔씨소프트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블레이드앤소울2'의 게임개발총괄을 맡았다. /사진=엔씨소프트


코로나19(COVID-19) 4차 대유행으로 게임업계가 전면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하반기 신작 출시에 빨간불이 켜졌다. 게임 출시 직전에 이뤄지던 고강도 협업체계가 재택·원격근무로 어려워진 영향이다. 앞서 엔씨소프트 (169,300원 ▼900 -0.53%)의 '트릭스터M'과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X' 등도 잦은 재택근무로 출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주 3회 출근·2회 재택' 근무제도를 유지해온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이날부터 1~2주간 전일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크래프톤도 일주일간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키로 하고 재택근무용 PC를 추가 지급했다. 펄어비스 (27,000원 ▼200 -0.74%)는 일부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면 재택근무를 유지하기로 했다.

IT인프라를 앞세워 다른 산업보다 발 빠르게 재택근무로 전환하긴 했으나, 현행 체제가 장기화하면 게임업계 타격도 클 전망이다. 게임업계 '크런치 모드'(마감 직전 장시간 노동) 문화에서도 알 수 있듯 게임 출시 직전엔 고강도 근무체제가 이어지는데, 재택근무가 길어지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져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실제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X 출시 시점을 지난해에서 올해로 미루며 "코로나19 영향"이라고 밝혔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 실장도 올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트릭스터M 출시 연기 배경으로 재택근무를 꼽았다. 그는 "재택근무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어 생산성에 차이가 없게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국내 게임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게임개발자회의(GDC)가 전세계 3000여명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가 재택근무로 게임 개발이 지연됐다고 답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시작한 지난해초 보다 1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응답자의 24%는 재택근무로 창의성과 생산성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엔씨 '블소2'·펄어비스 '붉은사막' 출시 연기되나
펄어비스 '붉은사막' /사진=펄어비스펄어비스 '붉은사막' /사진=펄어비스
업계에선 엔씨소프트의 신작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2) 출시가 또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블소2 출시 시점을 올 상반기에서 3분기로 미룬 바 있다. 4분기 공개 예정인 펄어비스 신작 '붉은사막'은 내년 출시설이 흘러나온다. 넥슨 '커츠펠'·'코스노바 모바일', 넷마블 (54,900원 ▼700 -1.26%) '마블 퓨처 레볼루션'도 하반기 출격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막바지로 갈수록 회의도 잦고 수정·보완 사항도 많은데 재택근무를 하면 효율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아무리 온라인 미팅을 강화해도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것보단 못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바지 작업에 흥행 성패가 달린 만큼,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 게임 출시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게임업계 인건비 부담이 늘어 신작이 미뤄지면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특히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는 올 1분기 성과급 확대로 인건비가 늘면서 영업이익이 각각 77%, 72% 감소했다. 올 초 경쟁적으로 올린 연봉 인상분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신작 출시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올 2분기 매출 추정치는 63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5%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954억원으로 6.52% 감소할 전망이다. 펄어비스는 매출 1135억원, 영업이익 228억원으로 각각 13.84%, 54.86%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재 블소2는 출시 시점을 검토 중인 단계"라며 "최적의 론칭 시기를 판단하는 상황이어서 전사 재택근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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