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울컥했던 혁신본부장...日 수출규제에 맞선 소부장 R&D 통했다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21.07.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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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분야 기술수준 선도국 대비 78.3→80.8% 도약
등록특허 466개·기술이전 164건 성과

과기정통부 소부장 지원 정량성과(기술개발/기반구축 구분).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소부장 지원 정량성과(기술개발/기반구축 구분).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년 8월, 당시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 브리핑에 나선 김성수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울컥 목이 메었다. 한국화학연구원장 출신인 김 전 본부장은 일본이 화학소재로 한국을 공격해온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번에야말로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뭔가 결과를 보여줘야 되지 않나. 여러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과학기술인들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목청을 높였다.

비장한 각오 속에 시작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집중 지원 사업이 2년을 넘기면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의 '소부장 강국'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소부장 2년 성과보고회를 열고 "소부장 지원사업을 통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SCI급 논문 2171건, 특허등록 466건 등의 과학기술 성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등록된 466건 중 93건이 2019년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작된 신규과제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었다.

과기정통부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범부처 소부장 R&D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며, 총 9241억원(소부장 특별회계 기준) 규모의 소부장 R&D 사업을 지원해왔다.



기술개발 실적은 △직간접 매출 327억원 △투자 726억원 △기술이전 164건 △기술료 수입 100억원 △기업 지원 서비스 3만6403건 등 경제적 성과로도 이어졌다.

일본의 수출규제 3대 품목이었던 초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외 다양한 분야에서 국산화 성과가 이어졌다.

한국재료연구원은 각종 모터류 제작에 사용되는 희토류 자원 네오디뮴(Nd)을 더 싼 소재(세륨·Ce)로 일부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네오디뮴은 고가인데다 우리의 경우 수입에 100% 의존하고 있어 언제든 무기화될 수 있는 소재였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모든 반도체칩 생산에 필요한 구리도금소재(도금액) 기술을 고도화해 세계 최고 성능의 고평탄 구리범프 형성이 가능한 도금액을 개발했다. 도금액 역시 현재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수소연료전지 핵심소재인 불소계전해질막, 전극촉매 등 소재별 국산화·대체 기술을 개발중이다. 현재 소재에 따라 실험실 또는 준양산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민간에 기술을 이전하면서 탄소중립·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핵심소재 공급망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2018년 기준 선도국 대비 70%대 수준이었던 소재 분야 기술수준이 2020년 80.8%까지 향상됐다.

과기정통부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산업 핵심품목 185가지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국가핵심소재연구단'을 올해 57개에서 2025년 100개로 늘리는 등 그간의 지원체계를 더 탄탄히 해나갈 계획이다. 국가소재연구데이터센터를 통해 소재 연구 자료를 수집·관리·활용하는 체계도 강화한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성과보고회에서 "산학연 연구자와 기업 관계자들의 노력 덕분에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며 "핵심기술 자립화를 위한 꾸준한 지원과 미래 첨단소재 선점을 위한 도전적인 투자에 보다 힘을 모아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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