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이면 '택배 도착'…창고 같던 물류센터의 놀라운 진화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이재은 기자 2021.07.12 06:00
글자크기

[MT리포트]'창고'에서 '최첨단 유통인프라'로...물류센터의 경제학(上)

편집자주 쿠팡발 물류인프라 경쟁이 뜨겁다. 전국 각지에 하루가 멀다하고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과 시설로 무장한 초대형 물류센터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익일배송, 새벽배송을 넘어 즉시배송까지 이어지는 무한 배송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 e커머스 패권을 확보하려는 유통업체들이 아낌없이 물류투자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잇따른 물류센터 화재로 드러난 안전관리나 노동자 과로사 등 배송경쟁 이면의 그림자도 커지고 있다. 얼마전까지 '창고'로 불렸지만 이제는 비대면 소비시대의 '최첨단 인프라'로 거듭난 물류센터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쿠팡vs신세계vs네이버, 물류센터가 e커머스 성패 가른다
몇 시간이면 '택배 도착'…창고 같던 물류센터의 놀라운 진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이 e커머스 시장 2위(거래액 기준)로 올라서면서 '쿠팡 vs 신세계그룹 vs 네이버쇼핑'간 3강 경쟁의 막이 올랐다. 특히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첫 일성으로 물류인프라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e커머스 시장 패권을 둔 물류인프라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170여개 물류센터를 보유한 쿠팡은 이미 지방 주요 거점도시에 초대형 물류센터 구축을 시작했고 네이버는 국내 1위 물류사업자인 CJ대한통운과 미래형 물류센터를 구축한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을 중심으로 대형 물류센터 구축과 함께 전국 160개 이마트를 물류센터로 활용한단 계획이다.



과거 전국 주요 상권에 대형 매장을 내며 확장 경쟁해왔던 유통업계가 이번엔 물류인프라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쇼핑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배송' 속도와 효율성이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최대 경쟁력이 된만큼 초대형 물류센터를 만들고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추기 위한 '쩐의 전쟁' 양상이다.

◇쿠팡發 e커머스 물류인프라 전쟁이 시작됐다



쿠팡 풀필먼트센터 쿠팡 풀필먼트센터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갖다준다'는 콘셉트의 로켓배송 서비스에 사로잡힌 소비자들이 쿠팡에 몰리면서, 쿠팡은 경쟁업체들을 압도하는 엄청난 성장세로 국민 3명 중 1명이 이용하는 e커머스가 됐다. 지난 1분기 쿠팡을 이용한 이용자(실구매고객)는 1604만명으로, 국내 전체 인구(5182만명)의 31%에 달한다.

쿠팡 성장의 중심에는 수조원대의 물류 인프라 투자가 자리잡고 있다. 쿠팡은 풀필먼트서비스를 최초로 도입한 아마존을 롤모델로 대규모 물류 인프라 투자, 직매입 구조로 익일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양, 덕평, 인천, 대구, 동탄 등 메가 풀필먼트 센터를 비롯해 80여개 풀필먼트 센터 등 170여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쿠팡맨 등 자체 배송인력까지 갖춰 e커머스 업계에서 독보적인 물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아울러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 내 33만578㎡(10만평)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가 올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고 충북 음성 금왕 물류센터, 광주 연산동 물류센터 등도 올해 내 완공돼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뉴욕 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4조원 가량의 자금으로 전국 각지에 공격적으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26일 전라북도 완주에, 4월6일 창원·김해시에, 5월4일 청주에, 6월17일 부산에 물류센터를 건립하겠단 계획을 연달아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완주 1000억원, 창원·김해 3000억원, 청주 4000억원, 부산 2200억원 등 1조원 규모다. 현재 구축되고 있는 대형 물류센터의 면적은 약 100만㎡(41만평)에 달한다.

◇한발 앞선 쿠팡…질 수 없는 네이버·신세계, 승자는?

누적적자 수조원을 감수하고 물량 투하를 하고 있는 쿠팡에 비해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기존 자산을 활용하거나 제휴를 통해 물류 인프라 확대를 꾀한다. 수익성을 감안한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은 차세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전국 물류인프라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현재 SSG닷컴이 운영하는 NE.O센터는 용인과 김포에 3곳이 운영되고 있다. 규모는 약 11만5701㎡(3만 2500평)으로 하루 8만여건을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동탄, 용인 물류센터도 있다. 이마트 내에서 온라인 물량을 소화하는 PP(피킹앤패킹)센터가 전국 110곳에 구축돼 있다. 이마트는 연말까지 점포 리뉴얼을 통해 PP센터를 10여곳 늘려 현재 하루 배송능력(CAPA)를 13만건에서 14만건으로 늘릴 계획이다.

네이버는 물류동맹으로 쿠팡에 대응한다. 지난 3월 전략적 제휴를 맺은 CJ대한통운과 물류 합작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양사는 군포에 3만6363㎡(1만1000평) 이상의 상온상품 전용 풀필먼트 센터를 가동한 데 이어 8월 용인에 1만9173㎡(5800평) 규모의 신선식품 전용 저온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새롭게 오픈되는 풀필먼트 센터는 AI 수요예측, 물류 로봇, 친환경 패키징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 물류 체계를 실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초고속 배송'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에 '밑빠진 독 물붓기' 될라

현재 3사 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업체와 플랫폼업체 등 온라인 쇼핑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의 관심은 '배송'이다. 새벽배송, 즉시배송, 퀵커머스, 2시간 배송, 30분 배송, 15분 배송까지 등장했다.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더이상 2~3일 이상씩 걸리는 쇼핑몰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장을 방문해 물건을 고르고 집까지 들고 오는 소비자들의 수고로움을 업체가 맡으면서 비용은 그만큼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그 중심에는 물류센터의 진화가 있다. 매장 진열대의 한계가 없이 다품종 제품들을 효율적으로 적재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간과 고객의 주문 상품들을 빠르게 골라내 통합, 포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진 것. 쿠팡, SSG닷컴, 네이버가 물류센터에 AI(인공지능), 3D 카메라 센서,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자동화 하는 이유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거리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전국 거점 지역에 물류센터나 물류단지가 빠르게 늘고있다. 이미 수도권 인근 지역은 e커머스 물류센터가 여기저기 포진해 있다. 물류센터 거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반면 수도권 물류개발 규제는 강해져 땅 값은 상승추세다. 중복 투자, 출혈 경쟁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용은 늘어나는데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산업안전, 업무환경 문제 등 부작용도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덕평 물류센터 대규모 화재로 물류센터의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며 "물류센터 수요는 늘어나가지만 시설물 안전성이나 업무환경 등 갖춰야 할 조건들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최첨단 자동화...풀필먼트가 뭐길래

몇 시간이면 '택배 도착'…창고 같던 물류센터의 놀라운 진화
물류센터가 똑똑해지고 있다. 과거 어둡고 퀘퀘한 창고 속에 제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많이 쌓기만 하던 곳이었지만 최근 물류센터는 AI(인공지능) 딥러닝, 3D 이미지, 로봇 기술까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거대한 자동화 시설이 됐다. e커머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물품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 물류센터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1일 국토물류정보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 물류창고업으로 등록한 곳의 개수는 4634개에 이른다. 이중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신규로 등록한 물류창고가 843개로 1년 반 사이 18%가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고, e커머스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1만㎡ 이상의 대형 물류센터, 최첨단 시설이 집약된 풀필먼트 센터 등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물류업계와 e커머스업계의 핫 키워드는 풀필먼트 센터다. 풀필먼트 센터는 고객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피킹해 포장, 라벨링, 배송까지 모든 활동을 수행하는 센터를 뜻한다. 지난 2006년 아마존이 FBA(풀필먼트 바이 아마존)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유통업계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지난 2019년 고양 물류센터를 풀필먼트센터로 구축하면서 본격 도입됐다. 인천, 덕평, 대구, 동탄 등에도 쿠팡의 메가풀필먼트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후 이베이코리아, SSG닷컴 등 e커머스 업계와 CJ대한통운 등 택배업계가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쿠팡 '로켓배송'이 등장하기 전 물류센터는 제조업체들이 생산기지 중심으로 제품을 보관하는 기능에 충실한 '창고' 역할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제품을 많이 보관, 적재하고 대리점 등으로 출고하기 용이한 형태가 중요했다. 익일 배송, 당일 배송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물류센터 기능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면 '택배 도착'…창고 같던 물류센터의 놀라운 진화
예컨대 쿠팡 로켓배송의 경우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주문량을 예측해 제품을 입고, 적재하고 제품 입고 위치와 동선, 포장까지 최적의 동선으로 진행한다. 이후 배송 순서에 따른 배송차량 진열까지 모두 시스템화해 자동으로 처리하게 된다. 이를 통해 고객이 주문하는 즉시 상품을 피킹, 포장, 배송 단계가 이뤄져 빠르면 주문 후 수시간 내에 제품을 받아 볼 수 있게 된다.

e커머스업계에서 풀필먼트 센터가 중요해진 것은 빠른 배송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주문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셀러(판매자)가 직접 재고를 관리하고 물류 작업을 하는데 한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커머스 업체들이 재고관리, 포장, 배송까지 서비스를 대행하며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수요가 커졌다.

쿠팡, 이베이코리아, SSG닷컴 등 e커머스 업계에서 시작된 물류센터의 진화는 택배업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e커머스 업계 3강 중 하나인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CJ대한통운은 곤지암메가허브에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어 경기도군포에도 6월 풀필먼트센터를 구축, 가동을 시작했고 오는 8월에는 경기도 용인에 냉장, 냉동 등 저온제품에 특화된 콜드체인 풀필먼트 센터를 열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충북 진천에 18만4000㎡ 허브터미널을 건설하는데 풀필먼트센터를 함께 구축한다. 하루 150만건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터미널이다. 진천풀필먼트센터가 구축되면 롯데그룹의 e커머스 사업인 롯데온과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한진도 대전터미널에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풀필먼트 센터는 시작 단계이지만 e커머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단기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풀필먼트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물류 인프라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