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완전자본잠식…적자행진에 불안 커지는 LCC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1.07.12 07:00
글자크기
이러다간 완전자본잠식…적자행진에 불안 커지는 LCC


코로나19(COVID-19) 장기화에 흔들리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올해 분기 역시 대규모 적자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화물로 수익을 내고 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뚜렷한 수익을 낼 수 없는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업계 전체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CC 실적 전망도 적자…"1분기처럼 손실폭 예상치 넘길 수도"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약 634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 1분기 손실액인 873억원, 지난해 2분기 701억원보다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누적된 손실 부담이 크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2분기 각각 539억원, 3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증권사 추정치보다 적자폭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올 1분기에도 3개사의 실제 영업손실 규모가 증권사 전망치보다 컸다. 에어부산까지 포함한 4개 LCC의 지난 1분기 영업손실액 합계는 2400억원에 달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역시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 불안한 하반기…정부 지원 없으면 고용유지 사실상 불가능
업계가 더 우려하는 것은 올 하반기다. 이런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사업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수요 회복 기대감을 키웠던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이런 우려를 부채질한다.

적자 상황이 이어지면서 티웨이항공을 제외하고 주요 LCC가 이미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의 자본잠식률이 각각 28.7%, 42.5%, 34.4% 수준으로 집계된다. 소형 LCC인 에어서울과 신생항공사 플라이강원는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 추세가 이어지면 규모가 큰 LCC 역시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자본잠식이 되면 상장사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퇴출 처리된다.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도 관리종목에 편입돼 거래정지 수순을 밟을 수 있다. 항공사의 경우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가 2년 이상 이어지면 항공 사업자 면허까지 취소된다.

외부 자금수혈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장부상 자본금을 낮춰서라도 자본잠식률을 줄이기 위해 지난주 보통주 액면가를 주당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단행키로 하면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밝혔지만 순조롭게 자금이 조달될지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좀 더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정부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유지 지원금의 경우 오는 9월까지 3개월 연장됐지만 업계는 이미 9월 이후의 상황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항공사들의 현재 고용상황이 사실상 고용유지 지원금에 의지해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지원금이 끊기면 곧바로 무급휴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직원들의 생계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