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 남긴 유언장. /사진=유족 측 제공
6·25 영웅인 고(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은 8일 작고하기 전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이같은 육필 메시지를 남겼다. 생사를 헤매는 중에도 정치 입문을 앞둔 둘째 아들에게 직접 자필로 응원과 당부의 말을 전한 것이다.
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입수한 최 대령의 육필 유언장에 따르면 최 대령은 "大韓民國을 밝혀라! 在臣(재신·큰아들 이름)의 指導(지도) 下(하)에 人和(인화·화합)로 뭉쳐라! 祈幸福(기행복·행복을 기원한다)'이라고 썼다.
고인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대한해협해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대한해협해전은 전쟁 초기 분수령이 된 전투(역사학자 노먼 존스 '6.25비사')였다. 대한해협해전은 6·25전쟁이 터진 직후인 26일 새벽 한국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PC-701)이 무장병력 600여명을 싣고 부산으로 침투하던 북한 1000톤급 무장수송선을 격침시킨 해전이다. 만약 이 전투에서 북한군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부산이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었다. 후방 교란을 위한 게릴라 부대를 일찌감치 격퇴한 덕에 연합군 최후의 보루로서 지원 병력과 물자 조달의 핵심 관문이었던 부산항을 지킬 수 있었다. 고인은 백두산함의 갑판 사관이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발인식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2021.7.10/뉴스1
최 전 원장은 2017년 12월 감사원장에 임명되기 하루 전날 부친이 써준 '단기출진(單騎出陣), 불면고전(不免苦戰), 천우신조(天佑神助), 탕정구국(蕩定救國)'이라는 글귀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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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원장은 "당시엔 감사원장을 잘하라는 의미였는데 지금에 와선 제 처지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며 "(정치 참여가)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상황인데 그게 또 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발인식에서 운구행렬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2021.7.10/뉴스1
父 유언, 정치참여 명분 강화… '조문 정치' 통해 입지 부상…국민의힘 입당엔 시간 걸릴 듯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를 조문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7.8/뉴스1
최 전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선친의 유언을 받들어 정치인으로서의 각오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소신껏 대한민국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그의 여러 면모에서 정치인으로서의 분위기가 풍겼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일 만에 공식석상에 선 최 전 원장은 침통한 표정 속에서도 아침부터 몰려온 취재진을 향해 가벼운 목례를 잊지 않았다. 오후엔 한 차례 더 인사를 하러 나왔다.
그는 "너무 고생이 많으시고, 와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수차례 말했다. 국민의힘 입당 등 정치 관련 질문엔 "오늘은 저희 아버님을 기억하고 기리는 자리다. 양해 부탁드린다"면서도 "앞으로 제가 나갈 길들에 대해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 측은 취재진의 식사를 걱정하는가 하면 떡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1.7.8/뉴스1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재형 전 원장 입장에선 정치의 매개체를 만들게 된 것"이라며 "가만히 앉아서 수많은 유력 정계 인사들의 조문을 맞을 텐데, 명복을 빈다고 말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여러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조문 기간이 지나면 최재형 전 원장의 입지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했지만 대권 도전 선언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조기 입당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 또한 시간은 필요할 전망이다. 권 위원장은 이날 조문 후 "최재형 원장님의 경우 (윤석열 전 총장보다) 일찍 입당하지 않겠나 기대가 있는데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 출마엔 조직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할 것들이 많을 것"이라며 "탈상 후 구체적인 구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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