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을 사용해 만든 햄버거/사진=안재용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트렌드가 됐다. 앞으로 30년 내엔 탄소중립이란 숙제를 달성해야 한다. 가축 사육 중심의 육류 생산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다.
하지만 인간이 수백만년 동안 간직해온 육식에 대한 욕망을 이겨내긴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 대한 해법이 바로 대체육이다. 가축을 잡지 않고도 고기 맛을 즐기는 방법이다.
앞으로 대체육이 전통적 육류를 대체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는 2040년까지 대체육 및 배양육이 전체 육류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대체육 업체 비욘드미트의 주가가 상장 후 2년 사이 공모가 대비 5배나 급등한 것이 대체육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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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대체 단백질 식품 트렌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식물성 대체육 판매액은 2018년 8억1100만달러(약 9300억원)에서 지난해 14억달러로 연평균 31%씩 성장했다.
ESG 대표 산업으로 떠오른 대체육
대체육 시장 확대는 ESG와 관계가 깊다. 기후변화와 동물복지에 기여하는 것 외에도 육고기 가공 과정에서 이뤄지는 제3세계 강제노동을 줄인다는 의미도 있다.
사회·환경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착한 기업들에게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자'들은 미래 성장성 관점에서도 대체육 산업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5월 공모가 25달러로 나스닥에 상장한 비욘드미트 주가는 현재 140달러 선으로 약 5배 뛰어올랐다.
오범택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센터장은 "대체육은 기업들 입장에서 ESG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소비자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짜파게티 고기도 사실은 대체육…농심·CJ·포스코인터도 뛴다
농심은 지난 1월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하고 대체육과 즉석 편의식, 만두 등 31개 제품을 내놨다. 농심그룹 계열사 태경농산이 독자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것이다. 떡갈비, 너비아니와 같은 전통한식부터 카레, 사골맛 분말 등 양념까지 다양하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오래 전부터 짜파게티에 사용된 콩고기 등 대체육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원천기술을 발전시켜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체육은 비건 등 채식주의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소화에 어려움을 겪거나 질병 때문에 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CJ제일제당도 대체육 관련 기술을 연구하며 상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직 대체육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지는 않았으나 인력 등 상당한 자원을 투자해 시장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아직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시장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풀무원은 대두단백(콩고기)을 활용한 반찬과 소스 등을 내놨다. 신제품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동원F&B는 지난 2019년 비욘드미트와 독점공급계약을 맺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푸드테크 기업 HN노바텍, 지구인컴퍼니와 MOU(업무협약)을 맺고 대체육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개발 지원 등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