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그리고 이익준이 사랑스러운 4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7.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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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조정석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핵심 인물이다. 율제병원을 중심으로 99학번 의대 동기생들의 이야기를 담는다지만, 그가 맡은 이익준에게 무게 중심이 쏠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면 제작진이 조정석을 ‘밀어주는’ 것일까? 그렇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그가 지나치게 이익준을 잘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이익준, 그리고 조정석의 매력은 무엇일까?

#연기를 잘한다!

조정석의 수식어는 ‘배우’다. 연기하는 것을 업(業)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배우가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공평하지 않다. 그래서 연기를 더 잘 한다고 반드시 주연을 맡는 것도 아니다. 여러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누군가는 주연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조연이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조정석은 주연 배우로서 제 몫을 다 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이익준은 연기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다. 천재들이 인정하는 ‘천재 중의 천재’면서 인성도 좋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병원 동료들과 환자들도 인정하고 좋아한다. 게다가 유머가 넘친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홈페이지를 보면 ‘이익준을 보고 있자면, 참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표현해놨다. 모든 것을 잘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정석이 지지받는 핵심은 따로 있다. 그는 연기로써 이런 캐릭터에 당위성을 불어넣는다. 지나치게 잘났지만, 결코 ‘재수없다’거나 ‘부담스럽다’고 느끼지 않게 ‘선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 호감이다. 분명 그는 연기로 대중을 설득시키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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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적잖은 배우들이 "웃기는 연기가 제일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깜짝 놀라게 하려면 갑자기 귀신을 등장시키거나 큰소리를 내면 된다. 울게 하려면 신파성 이야기로 눈물을 강요할 수 있다. 하지만 웃음은 다르다. 팔짱 끼고 앉아 있는 이를 무장해제시켜야 한다. 이솝우화 속 행인의 옷을 벗기려는 바람이 아니라 해가 돼야 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상황을 조성하는 재주가 필요하다.

조정석은 그 재주가 빼어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매회 이익준의 원맨쇼가 빛을 발한다. 시즌1에서는 휴지와 손으로 비둘기를 만드는 기적을 행했고, 시즌2에서는 카페에서 18만 원 넘게 결제된 문자 메시지를 받고 "누가 카페에서 소고기를 사 먹니?"라며 능청을 떨고, 안경점 전단지를 접어 채송화(전미도 분)에게 웃음을 안겼다.

조정석은 앞서 드라마 ‘질투의 화신’과 영화 ‘엑시트’ 등에서도 웃음 충만한 연기를 선보였다. 유방암에 걸린 남성 앵커 역을 누가 조정석보다 잘 소화할 수 있으랴. 또 사각 팬티를 입은 채 머리를 매만지다 엄마에게 투정부리는 ‘엑시트’ 속 모습 역시 압권이었다. 그리고 조정석의 코믹 연기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대중은 당연하게도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와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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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잘한다!

밴드 미도와 파라솔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이 밴드에서 보컬 겸 퍼스트 기타를 맡고 있는 조정석이 시즌1에서 부른 ‘아로하’는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가요계에서는 울상을 지을 법하지만, 이를 보고 듣는 대중은 즐겁다. 그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너무 감사하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별한 일이었고 가문의 영광 같은 축복 같은 일이었다. 배우인데 가수 OST 상도 몇 개 받았는데, 이런 일은 드물고 힘들다는 걸 알기에 시즌2에서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중의 생각은 다르다. 여전히 그의 노래를 듣고 싶어한다. 조정석도 이를 안다. 그래서 "모두 (실력이) 많이 늘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느낌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은근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왜 조정석은 노래를 잘 할까? 그의 고향은 뮤지컬이다. 그는 ‘헤드윅’을 통해 마니아 층을 구축했다. 이미 조승우라는 거물이 있었기에 ‘조드윅’이란 별명은 갖지 못했지만, 팬들은 유난히 피부가 뽀얀 그에게 ‘뽀드윅’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이후 워낙 인기가 높아져 2018년 ‘아마데우스’ 공연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밴드 활동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셈이다.

또 그의 아내가 누구인가? 가창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거미 아닌가. 그가 녹음 전 거미에게 코치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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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다독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이익준을 보며 "힐링을 얻는다"는 이들이 적잖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찬찬히 훑어보면 이익준 역시 아픔을 감내하고 있다. 그는 아들 우주를 홀로 키우는 싱글파파다. 누구보다 우주를 사랑하지만, 병원 일에 치이고 가끔 짬을 내 친구들과 밴드 활동을 하는 그를 보며 "우주는 언제 아빠를 만나?"라고 생각할 법하다. 아빠로서 그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의 사랑은 아직 외롭다. 채송화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나 채송화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너는 널 위해서 무엇을 해주냐?"는 채송화를 향해 "너랑 밥 먹고, 너랑 커피마시는 거. 난 날 위해 그걸 해준다"고 말하는 이익준의 모습은 못내 짠하다.

원래 타인의 삶은 더 그럴 듯해 보이는 법이다. 세상 사는 누구에게나 그렇다. 그 내면까지 보지 못하는 탓이다. 영화 ‘타짜’에서 마냥 화려해보이는 정마담이 일과를 마친 후 "아 먹고 살기 힘들다"고 내뱉는 장면처럼. 이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이익준 역시 매한가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다독일 줄 안다. 쉽게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그는 능히 그 어려운 것을 해낸다. 그래서 대중은 이 판타지같은 캐릭터를 응원하고, 또 힐링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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