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도미닉의 폼나는 멀티플레이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07.1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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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도미닉, 사진제공=AOMG사이먼 도미닉, 사진제공=AOMG


사이먼 도미닉은 래퍼이자 플러스 알파의 직업을 지닌 멀티플레이너다. 힙합계에선 알아주는 실력자이면서, 예능에선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끼쟁이'다. 요즘엔 발라더로도 활약한다. 그래서 그는 랩 잘하는 섹시 래퍼, 혹은 예능 대세로 불린다. 여러 포지션을 동시에 소화 중인 그는 언더그라운드 래퍼 출신들의 'N잡' 안정화를 이룩한 인물이기도 하다. 웃기면서도 우습지 않고, 많은 돈을 벌면서도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사이먼 도미닉, 혹은 쌈디라 불리는 남자가 걷는 길은 그의 옛 유행어대로 참 까리하다.

최근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프로젝트 발라드 보컬 그룹 MSG워너비 멤버로 발탁된 그는 래퍼 때도 찾지 않았던 음악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수트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는 다소곳한 모습으로 발라더라는 '부캐'에 온전히 몰입한 모습이었다. 촉촉한 눈빛으로 옆 멤버와 화음을 맞추고, '보컬신' 나얼에게 칭찬 받은 가창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의 천상 발라더 같은 모습을 보며 이렇게 감미로운 사람이었나 싶었다. 그러다가 깨닫는다. 단지 노래 잘하는 래퍼가 아닌, 노래하는 발라더로의 가능성을.

이와 동시에 여러 예능에 출연 중인 그는 입담꾼 혹은 인간 정기석으로서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최근 티빙 '환승연애' MC로 합류한 그는 지난 예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더하거나 덜하지 않는 적절한 입담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관찰 예능 MC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출연진에 대한 바른 이해와, 그들의 상황을 공감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두루 갖췄다. VCR을 본 후 한번 더 논리정연한 말로 시청자와 현장 인원의 이해를 돕고,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 또 진한 감탄사를 통해 몰입감을 높인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선 인간 정기석의 정겨운 모습을 보여준다. 더운 날씨에 후드티를 입고 자전거 라이딩을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더운데 느낌 있어!"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귀여운 허당러이면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다가 과몰입해 카메라의 존재마저 잊고 폭풍 눈물을 쏟아내는 감성 여린 사람. 특히 해당 장면은 온라인에서 '밈'으로 재확산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사이먼 도미닉은 '본캐' 정기석으로도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사이먼 도미닉, 사진제공=AOMG사이먼 도미닉, 사진제공=AOMG
래퍼로서 사이먼 도미닉의 입지도 탄탄하다. '고등래퍼4' '사인히어' '쇼미더머니5' 등 다양한 힙합 서바이벌에서 멘토 혹은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이력만 봐도 그렇다. 엠넷 힙합 서바이벌이 한국 래퍼들의 출세길이 된 만큼 위의 프로그램 심사위원은 씬에서 힘있고 가장 잘 나가는 이들만 섭외된다. 또 지난해에는 익사이팅 디시에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스웨그 넘치는 래퍼'라는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투표에서 지코, 박재범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아래로는 더콰이엇, 우원재 등의 쟁쟁한 래퍼들이 뒤를 이었다. 래퍼에게 랩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인 스웨그. 그가 입이 닳도록 말하는 "느낌있네"라는 말도 어쩌면 래퍼로서의 멋을 잃지 않기 위한 무의식 속 자기관리일지도 모른다.

이센스와 힙합 듀오 슈프림팀으로 활동하며 언더그라운드에서 잘나갔던 사이먼 도미닉은 예능에 진출하고도 여전히 폼이 사는 래퍼였다. 능글맞지만 밉지 않은 신선한 캐릭터였고, 언더에서 메이저로 진출한 후에도 자신의 음악색을 지키는 소신이 있었다. 돈 벌 요량으로 음악을 하기 보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음악을 했다.

사이먼 도미닉이 랩을 시작했던 시절만 해도 래퍼가 예능에 출연하다는 건 놀림거리였다. 래퍼로서 '가오'가 안 산다는 이유에서다. 당시만 해도 힙합은 배고픈 음악이었고, 멋에 살고 멋에 죽는 장르였다.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래퍼들은 이제 대놓고 물질을 좇고, 예능에 출연해 랩 대신 웃음을 선사한다. 이는 사이먼 도미닉이라는 좋은 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데뷔 15년차 래퍼의 폼나는 'N잡러' 인생은 이제 래퍼들이 가장 선망하는 삶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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