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코인, 투자자 몰릴수록 위험"

머니투데이 왕양 기자 2021.07.0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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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들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들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투자자금 1억6000만원이 한순간에 1만6000원으로"

지난달 21일 암호화폐 거래 커뮤니티인 코인판에 게시된 한 투자자 글이다. 상·하한가가 없는 암호화폐의 변동성은 예전부터 악명 높지만 그래도 99.99% 손실은 암호화폐 거래시장에서도 드물다.

하지만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프로그래밍을 통해 변동성을 극대화한 알트코인을 중심으로 '투자 쪽박' 사례가 속출하는 중이다. 지난 4월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형 암호화폐의 조정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도지코인에 변동성 프로그램을 내재한 도지불(Bull·증시활황시장을 의미) 코인의 경우, 지난 5월 초까지 개당 2억4900만원에 거래되다 지난달 22일 12만5000원으로 폭락했다. 최고가대비 99.95%가 하락한 셈. 현재 조금 회복돼 25만원 선에 횡보 중이다.

비슷한 사례로 리플(XRP)에 변동성 프로그램을 추가한 리플불(XRP BULL)도 지난해말 최고점 16만원을 찍은 후, 99.99% 폭락해 현재 8.5원대에 가격을 형성 중이다. 주식 옵션 시장 변동성 이상의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해당 코인들은 모두 이더리움, 도지, 리플 등 주요 암호화폐의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해 변동성을 극대화한 것들이다. 앞선 코인판에 소개된 사례의 코인은 이더리움 베어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변동성 극대화 코인은 대부분 해외거래소가 구조화한 일종의 파생 암호화폐다. 가장 활발하게 파생 암호화폐를 내놓고 있는 해외거래소 FTX.com은 아예 '레버리지 토큰'이라 이름 붙이고 초고위험을 쫓는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팍스(GOPAX)가 해당 암호화폐를 들여와 고팍스프로(GOPAX PRO)라는 별도 거래판을 열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현재 30개 정도의 레버리지 토큰을 상장해 운영 중이다. 고팍스는 언어장벽 탓에 해외마진거래 사이트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초고위험 추구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적극 프로모션 중이다. 고팍스 프로에 상장된 암호화폐 30여개 거의 전부가 지난 1년간 99.9% 이상의 하락을 경험하는 초고위험성을 보였고, 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


레버리지 토큰은 변동성을 프로그래밍한 코인이라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변동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마진거래와 닮아 있다. 마진거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규제당국이 불법성을 검토 중일 정도다. 하지만 규제당국이 검토가 끝날 때까지 기존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투자자들이 엄청난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소개된 레버리지 코인은 코인 활황(Bull)과 불황(Bear)으로 코인을 그룹화하여 투자자가 몰리거나 빠질 때 변동성을 더 키우도록 프로그래밍해 투자자가 몰릴수록 위험한 구조"라고 평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은행연합회 가상자산거래소 평가기준은 고위험성 코인을 많이 상장할 수록 거래소 자체 위험성도 큰 것으로 간주하는 만큼, 당국의 적극적 대응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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