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조' 깜짝실적에도 잠잠…삼성전자 대체 언제 오르나요?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1.07.0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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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삼성전자 (81,200원 ▼600 -0.73%) 주가는 제자리걸음이다. 3분기에도 호실적이 기대되지만 시장의 눈은 이미 내년에 가 있다.

'실적'에 환호하기보다 내년 상반기 반도체 시황에 '걱정'하는 흐름이다.



8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37% 내린 8만500원을 기록 중이다.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전날에도 삼성전자는 0.49% 하락했다.

2분기 깜짝실적..."메모리 예상보다 좋았다"
'12.5조' 깜짝실적에도 잠잠…삼성전자 대체 언제 오르나요?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65% 줄어든 63조원, 영업이익이 8.15% 늘어난 1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증권사 예상 최고치였던 영업이익 11조6160억원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컨센서스(예상 평균치)는 매출액이 61조2813억원, 영업이익이 10조9741억원이었다.



부문별 영업이익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가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이끌고 IM(IT&모바일)도 예상보다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 7조원, IM 3조~3조1000억원, DP(디스플레이) 1조3000억원 , CE(소비자가전) 1조~1조1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서버향 수요 회복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등했고 신규 반도체 팹의 초기 비용 감소, 오스틴 비메모리 팹 정상 가동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부분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D램 출하 증가율이 10%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IM 사업부는 기존 전망보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10% 내외 적었지만 온라인 비중 확대와 마케팅 효율화로 영업이익이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2분기 깜짝실적을 기록하면서 3분기 예상 실적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다. FN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 평균치는 14조5303억원이다. 최고 16조2520억원까지 제시되고 있다.

분기별 영업이익 15조원은 메모리 반도체의 '빅사이클'이었던 2017~2018년 수준이다. 2018년 3분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에도 반도체 호황 지속될까
지난해 4분기 이후 삼성전자 주가 추이지난해 4분기 이후 삼성전자 주가 추이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주가는 보통 6개월 이후의 시황을 반영한다. 현재 깜짝실적보다 내년 1분기 업황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사상 최대 이익을 냈던 2018년 삼성전자 시총은 연초 329조3300억원에서 연말 231조300억원으로 오히려 30% 빠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이익 58조8867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공급 과잉, 재고 누적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영업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깜짝실적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북미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 업체)들의 서버 D램 재고 상승으로 D램 업황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D램 가격 협상 과정에서 일부 고객들의 가격 저항이 발생했다"며 "세트 생산 차질로 전방 재고가 일부 소화되지 않으면서 일부 고객들의 재고가 정상 수준 대비 다소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가 9개 분기 연속으로 시장 추정치를 웃도는실적을 내다 보니 깜짝실적은 오히려 당연한 정례 행사가 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파운드리 슈퍼사이클"이라며 "메모리까지 '슈퍼'란 말을 붙여도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려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 팹리스 고객사의 추가 확보나 M&A(인수·합병) 추진과 같은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다만 하반기 세트 출하가 증가하면서 재고는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D램 공급업체들의 보유 재고는 2분기말 기준 1주(정상 재고 4주) 수준에 불과하다"며 "하반기부터 비메모리 공급 부족이 완화되면서 세트 출하가 증가해 재고를 소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게이밍 클라우드, 메타버스, 엣지 컴퓨팅 등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투자 수요는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D램 업황은 재차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 하반기 업황이 예상보다 강할 경우 내년 상반기 소프트랜딩(연착륙)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현재 밸류에이션, 주주환원 정책 등도 매력적이라는 의견이다.

남대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12개월 미래 수익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1.8배로 과거 역사적 PBR 밴드 상단인 2.1배를 밑돌고 있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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