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선택한 현대차·한국GM 노조…여름철 파업 릴레이 돌아오나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1.07.08 10:53
글자크기
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아이오닉일렉트릭 의장라인 모습. /사진제공=현대차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아이오닉일렉트릭 의장라인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한국GM 노조가 압도적 비율로 쟁의행위(파업)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여름철마다 돌아오던 '하투(夏鬪·노동계 여름철 연대 투쟁)'가 재개될 조짐이다. 두 기업 모두 실적 상승세에 올라탄 가운데 이 기세가 '투쟁적 노사관계' 때문에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투표자 4만3117명 중 83.2%인 3만5854명이 '2021년 임단투 조합원 쟁의 행위 찬·반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다고 7일 밝혔다. 투표율은 88.7%, 반대는 11.5%, 무효표는 5.3%였다.



노조는 향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파업 돌입 여부와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겪자 지난달 30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교섭에서 노사 양측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한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한국GM도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5일 한국지엠 노조가 이달 1~5일 전체 조합원 7635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5841명이 찬성했다. 찬성률은 76.5%다. 이번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의 88.6%에 해당하는 6613명이 참여했다.

"우리 희생 덕분에 회사 컸는데"…사측 임금 협상안 부족하다는 노조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10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1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협력업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이날 오후 1시부터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3공장을 제외한 1·2·4·5공장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2021.6.10/뉴스1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10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1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협력업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이날 오후 1시부터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3공장을 제외한 1·2·4·5공장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2021.6.10/뉴스1
두 곳 모두 '돈'이 문제였다. 조합원의 희생 덕분에 회사가 성장 중인데 반해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분이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게 양 노조의 주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지난 13차 교섭에서 내놓은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원 △2021년 특별주간 2연속교대 10만포인트 등 임단협 일괄 제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제외) Δ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전기차 생산에 따른 일자리 유지 등 당초 임단협 요구안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GM 노조는 앞서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150% 성과급 △코로나19(COVID-19) 극복과 생계비 보전을 위한 격려금 400만원 △각종 수당 신설 및 인상 등이 담긴 '2021년 임금투쟁 요구안'을 확정하고 사측과 9차례 교섭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요구안이 그대로 수용될 경우 1인당 1000만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역대급 실적'에 한국GM 숨통 트이는 중이었는데…'강대강'으로 돌아선 노사관계
'파업' 선택한 현대차·한국GM 노조…여름철 파업 릴레이 돌아오나
문제는 현대차는 역대급 실적을, 한국GM은 소형 SUV 수출을 기점으로 실적 회복세를 타는 와중에 한동안 화해 무드였던 노사 관계가 다시 강대강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사 2019·2020년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가결을 이뤄낸 바 있다. 2019년엔 한일 무역분쟁,지난해엔 코로나19(COVID-19) 확산 여파 때문이었다.

노사가 손잡으니 '어닝 서프라이즈'가 따라왔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 1분기 매출액이 43조97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조7330억원, 2조5572억원으로 각각 108.9%, 212.4% 급증했다.

'파업' 선택한 현대차·한국GM 노조…여름철 파업 릴레이 돌아오나
한국GM 역시 지난달 르노삼성·쌍용 등 외국계 투자 완성차 기업 3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됐다. 한국GM은 지난달 전달(5월) 대비 63.6%, 전년 동월과 비교해선 3.4% 증가한 총 2만6876대(내수 5740대+수출 2만1136대)를 판매했다.

효자는 동일한 차량 플랫폼을 공유하는 뷰익 앙코르 GX와 함께 6월 한달간 총 1만5145대가 수출된 '트레일블레이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267.3% 증가한 실적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실적 반등을 시작한 상황에 투쟁적 노사관계가 찬 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코로나19 재확산 등 협력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도리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직 파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또 다시 '악습'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 파업이 진행되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고꾸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