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호황이라는데 SK네트웍스는 왜 접었을까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7.07 17:22
글자크기
SK네트웍스 본사 2020.10.6/뉴스1  SK네트웍스 본사 2020.10.6/뉴스1


철강재가 없어서 못 팔 만큼 역대급 철강 호황 시대지만,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한 기업이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다. SK네트웍스는 지난 6일 내년 6월 30일부터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종료하고 신성장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SK네트웍스가 지난해 12월 홈케어와 모빌리티 렌탈을 중심으로 '사업형 투자사' 전환을 선언한 만큼 신성장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SK네트웍스의 철강 트레이딩 매출이다. 철강 트레이딩 매출은 지난해 기준 1조원 규모로 전체 매출의 약 10% 정도 차지한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 1970년대 말부터 사업을 시작해 역사도 오래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철강 사업은 간만에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철강과 마찬가지로 원자재 수출·수입 사업으로 분류되는 화학 트레이딩은 지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상사부문에서 해오던 사업 중 '철강'만 접겠다는 것이다. SK네트웍스는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접은 이유로 신성장 사업에 대한 집중 외에도 △철강사 직거래 물량 증가 △시황 변동 리스크 △이해관계자의 가치평가 등 크게 세가지를 꼽았다.



과거엔 철강을 수입·수출할 때 상사를 통해 하는 철강사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해운사를 통해 직거래를 하는 철강사들이 늘어 상사의 역할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1조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것도 과거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다. 또 매출 규모는 크지만, 영업이익 등 수익성은 다른 사업에 비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신을 통해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한 화학 트레이딩 사업과 달리 '위험성'이 큰 사업이다. 철강 트레이딩 사업은 다품종 제품을 납품하기 때문에 변동이 생길 경우 여신에 대응하기 어렵다.

또 철강 트레이딩 사업상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선 다른 상사들과 거래하지 않는 국가와 거래하는 것이 유리한데 이 역시 큰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 이란이 대표적이다. 이란은 자동차 강판 수입 의존도가 높아 수익이 좋을 땐 크게 날 수 있지만, 중동 지역 분쟁의 중심지인만큼 수익 손실 위험도 크다. SK네트웍스는 1984년부터 이란에 지사를 세우고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철강재를 수출했지만, 주주 등 투자자로부터 위험하고 수익성도 높지 않은 사업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엔 이란이 핵합의 복원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무역제재 위험성도 커졌다. 이에 SK네트웍스는 투자자들의 가치 평가를 고려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는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기존 사업을 접은 종합상사는 SK네트웍스뿐만이 아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탈(脫)석탄'을 선언하고 석탄 관련 신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석탄화력발전 관련 사업에 투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사부문도 기존 석탄 트레이딩 계약이 종료되면 철수하기로 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이 투자 시 중요 고려사항으로 부상하면서 석탄사업 관련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탈석탄 선언에 앞서 지난해 10월 영국 최대 기업연금 운용사인 리걸앤드제너럴그룹, 노르웨이 연금회사인 KLP(케이엘피), 핀란드의 노르디아 은행 등 유럽계 기관투자자들이 "평판 리스크와 기후 관련 리스크를 일으킬 수 있다"며 삼성물산을 포함한 12개 기업에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석탄 트레이딩 사업 대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전기차 배터리 소재 트레이딩 사업 등 친환경 신성장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상사업계 관계자는 "종합상사들이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큰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에 집중하는 추세"라며 "투자자들을 고려했을 때도 기존 위험성이 높은 사업보다 친환경 미래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