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기생충'에 봉준호도 '엄지척'...韓 콘텐츠, 파리 또 홀렸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7.0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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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프랑스 파리에서 소개된 VR로 재해석된 기생충 콘텐츠…직접 체험·제작자 만나보니

VR(가상현실) HMD기기를 착용하고 기생충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 사진=콘진원VR(가상현실) HMD기기를 착용하고 기생충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 사진=콘진원


"영화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다."(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이 지난 6일(현지시각)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개막을 알린 순간. 영화의 고장 파리에선 '기생충'이 다시 상영됐다. 2년 전 상영됐던 '영화' 기생충은 아니었다. 관객들은 스크린에 바라보는 대신 가상현실(VR) HMD(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기기를 썼다. 일어나서 고개를 돌려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감콘텐츠로 다시 태어난 기생충은 관객이 직접 움직일 때 제대로 즐길 수 있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유네스코 본부가 공동주최한 실감콘텐츠 전시회 '한국: 입체적 상상'에서 XR(확장현실)로 진화한 기생충이 소개됐다. 한류스타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을 LED 큐브 공간에 구현한 콘텐츠와 함께 등장한 기생충 VR 콘텐츠에 전시 입장권은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유네스코 SNS에는 '기생충과 BTS라니 최고다', '파리에 갈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박사장 저택에서 기택을 무엇을 봤나
VR 기생충 콘텐츠에서 보여지는 박 사장 저택 지하공간. /사진=콘진원VR 기생충 콘텐츠에서 보여지는 박 사장 저택 지하공간. /사진=콘진원
VR 기생충은 2차원에 머무는 영화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확장한 콘텐츠다. 박 사장 저택의 거실과 지하실, 자하문터널 계단, 기택의 반지하 주택 등 주요 공간을 실제 들어간 것 같은 체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후 시네마는 단 한번도 멈춘 적 없었다'며 칸 영화제 포문을 연 봉 감독의 말과 달리 끊임 없이 달리기만 하던 영화가 새 기술을 만나 날아오른 셈이다.

지난달 24일 언론에 먼저 공개된 시사회에서 직접 체험한 4분30초짜리 콘텐츠는 색달랐다. 기택 가족이 저택에서 도망친 뒤 계단을 허겁지겁 내려와 도착한 물에 잠긴 반지하 집은 숨이 막힐 것 같다. 저택으로 돌아와 좁은 복도를 통해 지하실에 내려가면 근세가 숨어 살던 장소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 줄곧 강조했던 수직 이미지를 통한 계층의 이동을 360도 VR로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확장된 영화 문법…원작자도 '엄지 척'
VR 기생충 콘텐츠를 제작한 구범석 이브이알스튜디오 이사. 사진=콘진원VR 기생충 콘텐츠를 제작한 구범석 이브이알스튜디오 이사. 사진=콘진원
VR 기생충은 VFX(시각효과) 콘텐츠 개발사인 이브이알스튜디오의 구범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등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세계 최초 4DX VR 영화 '기억을 만나다'의 연출을 맡았던 실감콘텐츠 전문가다. 지난달 파리 출국 전 만난 구 감독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실감콘텐츠의 매력을 극대화한 새로운 콘텐츠를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수 개월 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구 감독은 "기존 매체는 프레임이 규정돼 있지만 VR은 프레임 밖에서 내가 직접 공간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영화를 3차원 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는데 기존 영화에 참여한 핵심 제작진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며 "봉 감독도 영화에서 표헌하지 못했던 새 경험을 선사해준다는 복에 겨운 칭찬을 해줬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시대, 韓콘텐츠 경쟁력↑
지난 6일(현지시간) 파리 유네스코 본사에서 개최된 '한국 : 입체적 상상(Korea : Cubically Imagined)' 전시에서기생충 VR을 체험하는 하이파 알 무 즈렌(Haifa Al Mogrin) 주 유네스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사진=콘진원지난 6일(현지시간) 파리 유네스코 본사에서 개최된 '한국 : 입체적 상상(Korea : Cubically Imagined)' 전시에서기생충 VR을 체험하는 하이파 알 무 즈렌(Haifa Al Mogrin) 주 유네스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사진=콘진원
무엇보다 이번 VR 콘텐츠는 기생충 IP를 활용한 첫 VR 필름으로 의미가 적지 않단 평가다. '원 소스 멀티 유즈'로 각광받는 콘텐츠IP가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메타버스(추상+현실세계)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단 점에서다. BTS로 대표되는 K팝부터 핑크퐁으로 부각된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IP를 생산해내고 있는 국내 콘텐츠산업이 향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단 것이다.


실제 문체부와 콘진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산업 연간 수출액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 속에서도 전년 대비 6.3% 증가한 108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캐시카우인 게임 뿐 아니라 영화, 만화 등 각종 콘텐츠 장르 전반이 선전하고 있다. CJ ENM이 오프라인 콘서트를 온택트(Ontact·온라인대면)로 전환한 '케이콘택트' 행사를 벌이는 등 디지털전환 적응 속도도 빠르단 평가다. 이번 한국: 입체적 상상전 역시 유네스코가 문화다양성 측면에서 한국의 상상력과 콘텐츠 기반을 높이 평가하며 이뤄졌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해외 팬들이 몰입감 있는 한류 콘텐츠를 체험하는 기회를 만들고 지속적인 한류 확산에 힘쓰겠다"며 "이번 전시는 우리 콘텐츠 기업의 역량을 세계에 보여주는 장으로, 콘텐츠 산업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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