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김치찌개' 재료 값만 3만원…엥겔지수 20년래 최고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임소연 기자 2021.07.07 08:22
글자크기
6일 서울시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삼겹살과 고추/사진=유효송 기자6일 서울시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삼겹살과 고추/사진=유효송 기자


#혼자 사는 30대 A씨는 음식 재료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른바 '백종원 레시피'로 김치찌개를 만들어 보려고 돼지고기와 대파, 마늘, 김치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결제 금액이 3만원에 달한 것이다. 사먹는 돈 아끼려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남는 재료를 생각하더라도 오히려 손해란 느낌이 들었다. 몇년째 제자리인 월급에 밥 한끼 먹기가 점점 팍팍해진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실질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식품 물가가 급등함에 따라 가계가 쓰는 돈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지수가 20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6일 기자가 직접 서울 용산의 한 대형마트를 찾아 김치찌개 재료들의 가격을 확인해봤다. A씨처럼 집에 재료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김치찌개를 만들기 위해 새로 구매해야 하는 재료 값이 총 2만9119원이었다. 할인 품목을 포함했는데도 약 3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백종원 김치찌개' 재료 값만 3만원…엥겔지수 20년래 최고
평균 가격으로 봐도 1년 전에 비해 장바구니 물가가 무섭게 뛰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깐마늘 1kg 가격은 1년 사이 7154원에서 1만1519원으로 61.4%, 청양고추 100g은 797원에서 994원으로 24.7%, 고춧가루 1kg은 2만6094원에서 3만7688원으로 44.4%씩 뛰었다. 또 같은 기간 돼지고기 삼겹살 100g 가격은 2382원에서 2543원으로 6.8%, 대파1kg은 2724원에서 2823원으로 3.6% 올랐다.



모두 합치면 김치찌개 4인분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지난해 6월 6만166원에서 7만7075원으로 1만6909원 늘었다. 1인분으로 따지면 대략 김치찌개 한 그릇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약 1만9000원으로, 1년 사이 4000원 넘게 늘어난 셈이다.

물론 남는 재료를 고려하면 실제 비용은 이것보다 줄어든다. 구매한 재료 가운데 4인분 김치찌개를 만드는 데 쓰인 양만 계산하면 총 8370원이 든다. '백종원 레시피'에 따르면 4인분 김치찌개에는 △김치390g △삼겹살 130g △대파 70g △청양고추 20g △다진마늘 20g △고춧가루 8g △새우젓 20g가 들어간다.

물가지표들도 일제히 상승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8% 오르며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내놓은 상승률 전망치(1.7%)를 뛰어넘었다.


올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도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전년 누계 대비 12.6% 상승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1991년(14.8%)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이다. 월간 기준으로 봐도 지난달 10.4% 오르면서 6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 보면 파의 상승폭이 컸다. 파는 올해 상반기 156.6% 급등하며 1994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마늘(45.7%), 고춧가루(34.9%)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가계소득은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38만3813원으로 1년 전 보다 1만7743원(0.4%) 늘어나는데 그쳤다. 물가까지 고려할 경우 1분기 가구 실질소득은 0.7% 줄어든다. 근로소득(278만원)과 사업소득(77만원)은 각각 1.3%, 1.6% 감소했다.

자연스레 엥겔지수가 치솟았다. 엥겔지수는 지난 2000년 13.3%를 기록한 이후 2005년 11.4%, 2010년 11.2%, 2015년 11.4%를 기록하다 지난해 12.9%를 기록하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1분기만 보면 국내 소비지출액(217조7558억원)에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품 지출(29조166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3.4%에 달했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를 2% 내외에서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변수가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중 식료품 물가상승률이 특히 두드러져 국민들의 생활고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예측처럼 하반기 물가 지표가 하락하더라도 전체적인 물가상승 압력 요인이 생겨나고 있어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