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시범획득사업은 방위사업청이 지난해부터 도입한 무기체계 획득 제도다. 인공지능과 드론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첨단 방산 제품을 빠른 시간 안에 도입해 사용하고, 신속한 도입 결정을 내리겠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신속시범사업 수주 업체는 계약 체결 후 6개월 안에 제품을 군에 납품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대로템은 지난 3월 초 주파수 사용 승인 신청을 해 5월 중순 주파수 승인을 받았다. 당초 납기일인 6월 2일 전이었지만, 현대로템 측에선 승인된 주파수로 시험평가를 진행해야 된다며 납품 기한 3개월 연장을 요청했다. 방사청에선 이를 일부 받아들여 당초 기한보다 1개월가량 늦게 납품할 수 있도록 계약을 수정했다.
문제는 이외에도 현대로템의 다목적무인차량에 탑재되는 RCWS(원격사격통제체계)가 국내에 5월 말 들어와 본 납기일에 맞춰 사격 시험평가 등을 진행하기 어려웠단 것이다. 현대로템은 스페인 등에서 RCWS를 수입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 등으로 국내 반입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본 납기일 한 달 전 현대모비스에서 납품 받는 핵심부품에도 문제가 생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납품지연 연장 계약이 특정업체 봐주기 논란으로 비춰질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속획득시범사업 업체가 준비가 덜 됐을 경우 지체상금 등의 제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특히 업체 측이 제시한 연장 사유가 해당 업체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면 납품기한 연장은 불공정 논란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업체 측의 귀책 사유가 있었다면 납기 연장 자체가 안 됐을 것"이라며 "주파수 승인 및 시험평가 등을 진행하는 행정 기간이 필요하다 보니까 납기 연장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본래 군과 방사청에서 주파수를 승인받기로 했지만 현대로템에 승인 받으라고 역할을 넘기면서 납품 시기가 늦어진 것"이라며 "다목적무인차량에 탑재되는 RCWS도 5월에 들어온 건 맞지만 본 납기일에 맞춰 납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다목적무인차량은 지난해 하반기 신속시범획득사업 입찰에서도 입찰에 참여한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 모델의 성능과 가격이 최소 기준을 넘기자, 전자조달시스템에서 가위 바위 보를 입력해 이긴 사업자를 선정해 논란이 됐다([단독]첨단 무인군용차 '가위바위보'로 수주…방산업계 "황당" 기사 참고). 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사업에서 세밀한 성능 비교가 아니라 가위 바위 보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는 비판이 일자,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 신속시범사업에서 무기체계 성능이 비슷할 땐 복수 시범운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관련 규정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