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람코 첫 블라인드펀드 '수익률 21%' 대박쳤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1.07.07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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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람코자산신탁 CI.코람코자산신탁 CI.


LF그룹 계열사 코람코자산신탁이 5년 전 조성한 첫 블라인드펀드(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펀드를 조성한 이후 투자처를 결정하는 투자 방식)가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와 약정한 내부수익률(IRR)의 2배 이상 수준의 '대박'을 친 것이다.



5년 전 1200억 규모 조성..계약 조건 2배 이상 수익률
6일 부동산 신탁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이 최근 자산 매각을 마무리한 '코람코 가치부가형 리테일 블라인드펀드 1호' 최종 수익률이 20.72%로 확정됐다.

이 펀드는 2016년 코람코자산신탁이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로부터 각각 650억원과 450억원을 위탁받고, 자체 투자자금 100억원을 합쳐 총 1200억원 규모로 설정한 투자 상품이다.



코람코 내부에선 처음으로 시도한 가치부가형(밸류애드) 투자 방식이었다. 저평가된 부동산을 사들여 내부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용도 변경과 임차인 구성 변화를 통해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단순 자산매입 후 운용과 매각으로 이어지는 코어(core) 전략보다 리스크가 높지만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연기금의 부동산 투자는 안정성을 중시한 코어 전략이 대세였다. 수익률이 낮아도 꾸준한 배당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도 블라인드펀드 특성을 고려해 초기 3년은 재량껏 투자하되, 총 7년 간 투자금을 운용해서 10%의 수익률을 달성하라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어 전략보다 다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면서도 안정성까지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준 셈인데, 코람코는 투자금 운용 기간을 약 1년 6개월 단축하면서 목표수익률은 2배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가치부가 블라인드펀드 1호로 투자 및 개발에 성공한 건물 전경. 사진 왼쪽이 케이스퀘어 사당, 오른쪽이 케이스퀘어 강남 Ⅰ. /사진제공=코람코자산신탁코람코자산신탁이 가치부가 블라인드펀드 1호로 투자 및 개발에 성공한 건물 전경. 사진 왼쪽이 케이스퀘어 사당, 오른쪽이 케이스퀘어 강남 Ⅰ. /사진제공=코람코자산신탁
신촌, 중계, 사당 등 도심 저평가 빌딩 집중 공략…강남에서 디벨로퍼형 투자도 성공
코람코는 이번 펀드 투자 과정에서 시내 저평가된 오피스 빌딩을 집중 공략했다.

첫 투자는 신촌 백화점 인근 낡은 학원건물로 근린생활시설과 학원이 밀집된 공간을 용도 변경 후 리모델링을 통해 스타벅스, 노브랜드버거 등 유명 프렌차이즈 업체와 대형 학원 임대를 통해 건물 가치를 높였다. 옥상을 증축한 공간에 볼링장을 입점 시켜 추가 수익도 창출했다.

다음 투자처는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 노후화된 학원 건물이었다. 코람코는 건물 매입 후 노후시설 교체와 인테리어 개선으로 새단장하고 신규 임차인으로 메가스터디를 맞아 임대료를 현실화했다. 저층부엔 투썸플레이스 등 리테일을 추가 배치하고 주차시설을 자동화해서 관리비를 절감했다.

사당역과 이수역 사이에 위치한 중형빌딩도 사들였다. 역세권 대로변에 인접한 입지 여건에도 공실률이 20%대로 높았는데, 코람코가 건물 매입 후 마케팅을 통해 법원행정처, 피플라이프 등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성사시켜 공실을 없앴다.

코람코는 이들 3개 빌딩의 자산 가치를 높여 배당과 매각 차익으로 약 620억원의 수익을 투자자에 지급했다.

코람코는 이에 더해 새로운 방식의 투자도 성공시켰다. 건물이 없는 대지 상태의 부동산을 매입해 토지이용계획을 바꿔 개발가치를 극대화하는 사실상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 역할 프로젝트였다.

강남역 도보 2분 거리 핵심 상권에 오피스 개발 부지를 확보한 뒤, 부지 용도와 설계를 리테일을 강화한 복합빌딩으로 변경했다. 이후 빌리엔젤, 패스트파이브 등 우량 임차인을 확보해 건물 준공 이전에 임대율 100%를 달성했다. 이를 통해 투자 4년 만에 총 340억원대 매각 차익을 거둬들였다.

코람코는 올해 하반기 5000억원대 가치투자 블라인드펀드(4호)를 출시하고 투자 대상을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복합빌딩개발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성과를 입증한 코람코는 이번에도 유수 기관 투자자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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