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1조 넘는 코인거래소, 사고 보상 준비 겨우 '60억'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1.07.0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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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금지 이후 채굴 난이도가 낮아지며 채굴금지 조치에 대한 시장 반응이 악재에서 호재라는 기대감으로 바뀌며 비트코인 시세가 4000만원대를 회복, 횡보하고 있다. 2021.7.5/뉴스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금지 이후 채굴 난이도가 낮아지며 채굴금지 조치에 대한 시장 반응이 악재에서 호재라는 기대감으로 바뀌며 비트코인 시세가 4000만원대를 회복, 횡보하고 있다. 2021.7.5/뉴스1


최근 한국은행이 시가총액을 50조원으로 추산한 국내 가상자산시장이지만 예기치 못한 대형사고에 대응할 재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거래소는 손해배상을 위한 보험에 가입했다지만 그 규모는 수십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거래대금이 적게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거래소의 상황에 비춰볼 때 투자자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들은 이용약관에 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 손해배상이 면책되는 사유들을 명시해놨다. 다만 고의 또는 과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진다는 말 뿐 실제 어떤 식으로 사고에 대응하는지에 대한 절차는 제각각이었다.

일일 거래대금이 1000억원이 넘는 A거래소의 경우 손해배상준비금, 개인정보손해배상 준비금 명목으로 고작 1억원의 돈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하루 거래금이 1조원이 넘는 대형거래소 B는 최대 60억원을 보상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한 게 전부였다.



4대 거래소 중 한 거래소는 여유자금을 항상 마련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상시적으로 손해배상 건에 대응할 기금 자체가 없다는 거래소도 상당수였다. 거래소 책임으로 전산오류, 해킹, 결제불이행 등 예기치 못한 대형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에도 사실상 이에 대비한 재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제도권 시장은 손해배상공동기금 같은 장치들이 마련돼있지만 여기는 업권법도 없는 상황이라 회사자율적으로 커버하고 있다"며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손해는 보험을 가입하고 있지만 매매 관련은 배상단위도 다를 것이고 다툼도 있을 수 있는 어려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관련 제도가 갖춰지길 희망하고 있고 그에 따라 일정기금을 적립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존 금융권들은 업권마다 기금을 마련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적립하고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예금을 상환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때 고객의 예금을 대신 지급할 목적으로 기금을 조성한다.



회계업계의 경우 감사절차 소홀 등의 이유로 재판에서 손해배상금을 내야할 경우 평소 적립해온 '손해배상공동기금'에서 이를 지불한다. 게다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회계법인이 감사절차 소홀 지적을 받는 경우 기금 추가적립을 명령하는 등 기금안정성을 높이기도 한다.

한국거래소는 회원사들과 함께 10조원이 넘는 결제이행재원을 조성해 증권·파생상품시장 등에서의 결제불이행을 대비하고 있다. 지난 5월말 기준 증권시장엔 1조374억원, 파생상품시장엔 9조2907억원 규모의 재원을 적립했다.

구체적으로 회원사가 부담하는 △손해배상공동기금 △회원보증금 △거래증거금과 거래소가 부담하는 결제적립금으로 나뉜다.



또 유동성 공급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3개 시중은행과 증권금융에 2조6000억원 규모의 신용한도를 설정했고 이마저도 즉시사용이 곤란한 경우 거래소가 보유한 유가증권을 담보로 증권금융과 1조원 규모의 특별담보대출 약정까지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성사시킨 거래를 반드시 책임지고 결제의 완전성을 보장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져서 문제가 생길 때 이를 보호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현재 가상자산거래소는 이를 책임지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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