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여성, 꼭 남자가 도와줘야 해요? 여자들은 뭐하고요?"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21.07.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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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상에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성을 남성들이 외면했다는 글'이 게재된 이후 "왜 꼭 남성만 도와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외면한 것이지 남자들이 외면했다고 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는 목소리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제 지하철에서 생긴 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하철 3호선에서 갑자기 한 여성이 실신했는데 같은 칸에 있는 남성들이 나서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결국 여성들이 합심해서 쓰러진 여성을 지하철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해당 커뮤니티 가입자들은 대체로 "현명한 행동"이라며 남자들의 행동을 지지했다.

한 누리꾼은 "지하철 3호선은 남자만 타는가요. 주위에 여자도 있을텐데 왜 남자한테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 역시 "여자들도 있었을텐데 가만히 있지 말고 좀 도와줘요. 남자는 도와주다가 역으로 고소 당해도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반응했다.



남자가 도와야 한다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남자가 외면했다가 아니라 시민이 외면했다'가 맞는 지적"이라며 "외면한건 남녀인데 보도나 글에는 남자만 특정해서 언급한다"고 꼬집었다.

남자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에 대해 누리꾼들은 "도와줬다가 뒷통수 맞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라며 "이미 반복학습이 돼 있다"고 했다.

실제로 식당 화장실에서 넘어진 여성을 부축해줬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렸던 20대가 지난 달 8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혐의를 벗은 적이 있다.


20대인 A씨는 지난해 대전의 한 식당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구토한 뒤 밖으로 나오다 주저 앉자 일으켜줬다. 하지만 여성은 A씨가 정면에서 신체의 일부를 만졌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에 신고해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데다가 부축 과정에서 실수로 신체 일부가 닿았을 수 있어 성추행의 의도를 갖고 신체 접촉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 누리꾼은 "누구를 탓할 필요가 없다.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며 "요즘 시대에 '펜스룰'은 필수불가결"이라고 했다.

펜스룰은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인터뷰에서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한 벌언에서 유래된 용어다.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은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아내 외의 여성들과는 교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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