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로 10년, ‘블랙 위도우’에게 안긴 따스한 헌사

머니투데이 권구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7.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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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MCU(마블 씨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솔로 무비 ‘블랙 위도우’가 드디어 오는 7일 개봉을 눈앞에 뒀다. 코로나19로 정말 많은 부침이 있었다.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어벤져스: 엔드 게임’으로 ‘인피니티 사가’를 마친 이후 바로 관객을 찾아왔어야 하는 작품. 하지만 본의 아니게 늦어진 개봉 탓에 MCU는 새로운 페이즈 오픈을 준비하고 있고,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완다 비전’ ‘팔콘 앤 윈터솔져’ ‘로키’를 오픈하며 두 페이즈의 가교를 이어가고 있다. 제때 개봉했다면 재미는 물론 감동까지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던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여운에 플러스 알파를 새겼을 ‘블랙 위도우’. 허나 미뤄졌다 하여 이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한 헌사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오래 기다렸기에 그와의 이별이 더 뜨겁게 느껴지는 지금이다.

영화 ‘블랙 위도우’의 시점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사이다. 사실 블랙 위도우는 과거에 대한 무수한 추측을 양성해 왔다. ‘어벤저스’에서 언급된 호크아이와 나눴던 부다페스트 사건 대화가 일례다. 늘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지만 자신을 숨겨 왔던 블랙 위도우. 마지막엔 자신을 희생했던 그가 감추고 있던 비밀이 이번 작품을 통해 베일을 벗어나간다. 캡틴 아메리카 팀이 세상에서 종적을 감추고, 아이언맨 팀과 함께 할 수도 없는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는 기관의 추적을 피해 잠시 몸을 숨긴다. 하지만 과거에 헤어졌던 동생이자 레드룸 최고의 암살 요원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가 나타나고,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숨겨진 음모를 막기 위해 진실과 마주하기 시작한다.

블랙 위도우와 스칼렛 요한슨이 MCU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이언맨2’였다. 이후 ‘어벤져스: 엔드 게임’까지 무려 7편의 영화에서 활약했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에 필적하는 개국공신이라는 뜻. 하지만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세 편의 솔로무비로 종횡무진 할 때 블랙 위도우는 그들의 주변에만 머물렀다. 심지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새드 엔딩과 해피 엔딩을 양분하며 MCU가 선사하는 예우까지 확실하게 챙겼다. 그러나 블랙 위도우의 전사나 또는 일상은 부분적으로만 밝혀졌을 뿐, 히어로 이면의 나타샤 로마노프의 이야기가 펼쳐진 적은 없었다. 허나 마블 스튜디오는 자신들의 캐릭터를, 그리고 그를 연기한 배우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MCU는 무려 10년 간 ‘블랙 위도우’로 살아온 스칼렛 요한슨을 위해 특별한 ‘라스트 팡’을 준비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블이 블랙 위도우를 위해 준비한 첫 번째 선물은 오프닝신이다. 동생과 헤어지고 위도우로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냉전 시대 속에 그늘진 곳에 암살자로 살아가던 시절이 빠르게 지나간다. 이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관통하는 음악이 바로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lit’이다. 말리아 J의 몽환적인 목소리로 커버된 노래는 공격적이지만 허무한 단어의 나열을 통해 어렸던 나타샤 로마노프가 성인 블랙 위도우로 자라나는 과정을 응축해서 표현한다. 영화 ‘블랙 위도우’의 그 어떤 액션 장면보다 깊은 인상을 남기는 신이다.

두 번째 선물은 가족이다. 오프닝이 블랙 위도우의 전사를 압축해서 보여줬다면, 나타샤 로마노프의 중심 서사는 가족 드라마로 전개된다. MCU 페이즈 3 내내 블랙 위도우는 늘 외로웠다. 물론 호크아이, 그리고 헐크와 인연이 조금씩 그려졌지만 결국 블랙 위도우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런 그에게 이번 작품은 몸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가족을 안겨준다.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각자의 사연을 이해하고 융합하는 과정은 블랙 위도우도 여전히 나타샤로 존재할 수 있다고 포옹하며 위안을 선사한다. 결국 ‘블랙 위도우’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에 이은 또 하나의 트리뷰트인 셈이다.

아빠 역할은 러시아에서 캡틴 아메리카에 대항마로 만든 슈퍼 솔져 레드 가디언(데이빗 하버)이다. 과거 세대에 머물러 옛날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유머 포지션을 담당하지만, 나름의 파워도 분명히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히어로다. 엄마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1세대 위도우이자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과학자 멜리나 보스토코프(레이첼 와이즈)다. ‘콘스탄틴 가드너’를 통해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레이첼 와이즈의 액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안긴다. 마지막 퍼즐은 동생 옐로나 벨로바다. 나타샤와의 티키타카로 마치 청춘 미드를 보는듯한 자매 케미를 선사하고, 나타샤가 어른으로서 누군가를 돌볼 수 있다는 인간적 완성을 이끌어내는 캐릭터다. 특히 플로렌스 퓨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인데, 고난도 액션을 모두 소화하며 MCU를 보고 자란 세대가 성덕 히어로로 탄생했음을 신고한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지막 선물은 시그니처 액션이다. MCU의 솔로무비는 각자의 특수 능력과 무기를 바탕으로 시그니처 액션을 갖추고 있다. ‘아이언맨’은 현란한 CG의 레이저 빔으로 스크린을 수 놓으며, ‘캡틴 아메리카’는 탄탄한 근육을 바탕으로 무게 있는 맨몸 방패 액션을 펼친다. ‘헐크’는 힘을 바탕으로한 건물 파괴 액션을, ‘캡틴 마블’은 한 방에 모든 적을 쓸어담는 무쌍 액션으로 대변된다. 그렇다면 슈퍼 히어로가 아닌 인간의 몸을 가진 ‘블랙 위도우’의 시그니처 액션은 무엇일까? MCU가 내린 답은 종합 블록버스터 액션이다. 스파이와 암살자로 고도의 훈련을 받은 나타샤는 모든 액션이 가능한 살인 병기다. 종합 블록버스터는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다른 영화에서도 늘 봐왔던 장르. 허나 익숙한 장르가 마블을 만나면, 그리고 블랙 위도우로 대변되는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하면 어떤 힘을 보여줄 수 있는지 러닝 타임 내내 증명해낸다. CG를 최대한 줄이고 맨몸 액션을 펼쳤으며, 스카이다이빙은 물론 카체이싱까지 블록버스터에 걸맞는 다양한 액션들을 한 영화에 모두 담았다. 나아가 여성이 주축이 되는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는 존재만으로도 가치를 빛낸다.

영화가 블랙 위도우,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의 송사로 대변되는 건 MCU의 장기인 히어로 컬래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다른 히어로의 조력자로 활약했던 블랙 위도우는 제 이름을 내세운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다른 히어로의 개입 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로 관객과 마주한다. 마지막 쿠키 영상에 이르러서야 다른 얼굴이 등장하는데, ‘블랙 위도우’의 속편 암시일 수도 있지만 블랙 위도우의 활약은 이젠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나타샤 로마노프가 아닌 다음 세대의 누군가가 이뤄낼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 위도우로서 어느덧 10년, 어벤져스와 함께 지구를 지키며 즐거움을 안겨줬던 외로운 독거미는 영화 ‘블랙 위도우’와 함께 가족, 그리고 마블 스튜디오, 나아가 관객의 품에서 따뜻한 안녕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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