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은 반사회적"…'공정 보상' 외치는 MZ노조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최민지 기자 2021.07.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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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민주노총·한국노총 거부하는 MZ세대 (下)

편집자주 MZ세대가 노동운동의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MZ세대들은 투쟁 중심의 기존 노조를 거부하는 대신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경제적 처우 개선에 주력하며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위단체 가입보다 독자적으로 운영되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MZ세대의 노조가 노동운동에 새바람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모이자" 40일만에 만든 MZ세대 노조 "정년대신 성과급 달라"
"정년연장은 반사회적"…'공정 보상' 외치는 MZ노조


"항상 회사는 어렵다는데 임원 연봉 및 배당금은 상승하고, 노동자들의 연봉은 매년 제자리 걸음 수준인 것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육체노동 못지 않게 지식노동(정신노동)도 가치에 따른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모이자"는 제안이 나온지 40여일만에 일사천리로 노동조합(노조)을 설립한 현대자동차그룹 직원들은 이렇게 한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0년대생 Z세대)'가 주축인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이하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20대 노조위원장(이건우 현대케피코 연구원)을 내세운 현대차 (251,500원 ▼1,000 -0.40%)그룹 사무·연구직 노조는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함께 기여했지만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건의사항이나 불만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부재했고 회사도 이런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기능·생산직 위주의 노조와 선을 그으며 "사무·연구직 조합원들의 임금과 노동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MZ세대 노조 뜨니 달라진 분위기..'정년연장' 대신 '성과급'



실제로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 출범 이후 사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존 생산직 중심의 대표 노조와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게 정년연장을 둘러싼 시각차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핵심 요구안에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연장(최장 만 64세)을 포함시켰다.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국회 국민동의 청원 절차에 돌입하며 기아 (116,400원 ▲200 +0.17%)·한국GM 노조 대표들과 연대에 나섰다.

그러자 청와대 게시판엔 이에 반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완성차 업체 현장직에 근무하는 MZ세대'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정년연장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게 아니고 더욱 야기하는 반사회적 정책"이라며 입법청원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직원도 "MZ세대의 미래 임금을 희생해 정년만을 고집하는 노조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 임시집행부가 지난 4월26일 서울고용노동청에 정식 설립 신고를 했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 임시집행부가 지난 4월26일 서울고용노동청에 정식 설립 신고를 했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도 정년연장 대신 기본급 인상과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이 우선이라는 분위기다. 여기에 한 MZ세대 직원이 복지 문제 개선을 위해 현대차그룹 사내급식 부당지원 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을 청와대에 제기한데 대해 힘을 싣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무직 노조의 주요 설립 배경은 '임금인상'과 '성과급 불만'으로 요약될 수 있다"며 "현대차그룹과 같이 사무직 노조가 설립된 LG전자나 금호타이어 등도 타 계열사 대비 낮은 임금 수준과 일관성 없는 성과급 지급기준, 4년 연속 기본급 동결, 생산직에만 지급된 격려금 등을 불만으로 들고나왔다"고 설명했다.

◆단체교섭권 없는 한계 뚜렷..노무관리 부담 가중 우려도

물론 이런 대기업 사무직 노조들의 한계도 분명하다. 단체교섭권이나 단체행동권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노조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선 원칙적으로 교섭대표 노조에 한해 회사와 단체교섭 진행이 가능하며, 예외적으로 교섭단위 분리 신청, 개별교섭 동의를 통해 소수노조가 단독으로 교섭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앞서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가 정의선 회장에게 요청한 상견례가 불발된게 이를 뒷받침한다. 그룹측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단체교섭은 법과 절차에 따라 각 사에서 진행할 사안"이라며 "사무·연구직 노조와는 담당임원이 대화했으며, 각 사 차원에서 대화의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27일 현대차그룹과 LG전자 (91,800원 ▼400 -0.43%), 금호타이어 (6,430원 ▼60 -0.92%), 코레일네트웍스, 한국MSD 등 청년사무·연구직 노조 대표 13명이 대통령 직속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측과 진행한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생산직 노조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다"며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청년 사무·연구노조가 말하는 합리성과 공정성을 위한 소통의 요구에 공감한다"며 "기존 생산직 노조와도 연대를 모색하고, 동시에 기업별 접근 보다는 청년사무·연구노조 내 소통과 협력을 통해 힘을 모아가는 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은 사무직 노조가 임금 불공정성 해소를 요구하고 기존 강성노조 운동에 대한 거부감을 표명하고 있어 나름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기존 노조와 유사하게 임금인상이나 성과급 인상 등에 중점을 두고 활동할 경우 노무관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무직 노조 설립이 우리나라의 투쟁적·대립적 노사관계를 합리적·협력적 노사관계로 바꾸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기관위원회 재가동 및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공기관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임금제도 및 임금피크제를 의제로 본격적인 논의에 나선다. 2021.6.25/뉴스1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기관위원회 재가동 및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공기관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임금제도 및 임금피크제를 의제로 본격적인 논의에 나선다. 2021.6.25/뉴스1
MZ세대 교사들 "전교조·교총, 다 싫다"… 가입률 '뚝뚝'

"정년연장은 반사회적"…'공정 보상' 외치는 MZ노조
2030세대가 이끄는 노동운동의 변화는 교직 사회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노조로 분화되며 다양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노동3권 쟁취 등 투쟁의 구호 대신 젊은 교사들의 관심사인 교권 회복과 현장의 실무, 애로사항 개선 요구가 중심이 된 것.

◆586세대가 만든 전교조, 회원 15만명의 교총

5일 교육계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교원 노조는 전교조 , 교사노동조합연맹, 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동조합 등 23곳이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노조는 조합원 5만명의 전교조다.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로 소속돼있다.

전교조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만들어진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가 창단 당시 주축이 됐다. 이들은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기치로 내걸었다. 소위'586세대'와 이념을 함께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인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전교조 일부 회원들이 나와서 만든 노조로 '교사노동운동재편모임'이 주축이 됐다.

교사는 경제·정치단체와 달리 단체행동권을 제한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교원노조보다 교원단체가 조직이 더 크다. 가장 큰 조직은 회원 15만명이 가입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다. 전교조와 함께 양대 교원단체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젊은 교사들의 가입이 줄어들고 있다. 교원노조 조직률은 2004년 27.3%에서 내리막 추세를 보이며 2019년 3.1%로 하락한 상황이다. 2016년 들어 갑자기 조직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 조합원들이 제외된 영향이다. 전교조는 지난해 9월 대법원 판결 후 노동법상 노동조합 지위를 회복했다.

이들 단체는 "젊은 세대들이 조직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개인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단체 가입이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선후배 교사들의 권유로 단체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는 이러한 방법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떨어진 구호에 젊은 교사들 외면

젊은 교사들은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이 지나치게 정치적, 관념적 구호를 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38)는 "최근 전교조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하면서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을 지지한 결정에 상당히 큰 실망을 했다"며 "우리 세대의 화두는 '공정'이고, 시험을 봐서 교사가 된다는 것은 당연한 룰인데 민주노총의 대세에 따라가느라 젊은 교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배치되는 점도 지적됐다. 전교조의 경우 교사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쟁취, 교총은 교권보호 등을 내세우지만 이는 젊은 평교사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초등교사 B씨(37)는 "젊은 교사들은 교장이나 교감으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하기도 하는데, 교총은 관리자를 위한 단체라는 이미지가 강해 젊은 사람들이 외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김달효 동아대 교수의 논문 '중등 교원양성기관 학생들의 교원단체에 관한 인식 분석'을 보면 중·고교 교사 양성기관(사범대, 일반대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학생 10명 중 8명(78.7%) 가량은 교사가 된 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어디에도 가입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원단체의 '정치적 편향'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교총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교총에 대해 잘 모른다'는 답변에 이어 '교사로서 중립을 지키기 어렵다'(20.7%), '교원 입장을 대변하기보다 정부 입장을 따른다'(10.7%)는 응답이 많았다. 전교조의 경우 '너무 급진적이거나 정치적 경향이 있다'(30.5%), '사람들이 전교조 가입 자체를 선입견을 갖고 본다'(15.9%)는 답변이 많았다.

◆정치적 구호에서 현장 애로사항 해결로

이에 두 단체 모두 젊은 교사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법외노조 이슈가 있었던 최근 몇 년 간은 아무래도 합법화를 위한 구호에 집중한 경향이 있다"면서 "젊은 교사들의 관심사인 교권 문제를 전교조가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총 역시 젊은 교사의 교총 참여 활성화를 위해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를 조직했다. 교총 관계자는 "젊은 교사들의 교총 참여를 위해 대의원 구성 시 정관에 따라 50세 미만 교사가 과반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며 "교총 유튜브 콘텐츠에 2030재테크, 2030교직생활팁 등을 기획하는 등 젊은 교사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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