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급 IPO에 하이일드 펀드 자금 1조원 넘게 몰렸다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1.07.04 06:00
글자크기
대어급 IPO에 하이일드 펀드 자금 1조원 넘게 몰렸다


하이일드펀드에 연초 이후 1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한 대어급 IPO(기업공개)에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있는 하이일드펀드로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일드 혼합형 펀드 설정액은 1조 4331억원(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1조 454억원 가량 자금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 자금이 1조 3969억원 빠진 것과 비교해 두드러진 성과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펀드에 연초 이후 2953억원 가장 많이 들어왔고,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펀드에 1776억원, 에셋원공모주코넥스하이일드펀드에 1445억원 등이 유입됐다.



하이일드펀드는 펀드 전체 자산의 45%를 BBB 등급 이하 채권에 투자하면서 펀드 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채권에 투자한다. 현재 이 요건을 갖추면 공모주 배정물량 중 5%를 우선배정받는다.

하이일드펀드는 금융당국이 2014년 동양 사태 이후 위축된 BBB급 이하 회사채 수요를 살리기 위한 정책 목표를 갖고 만든 상품이다. 분리과세 혜택,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등을 제공해 BBB급 채권 시장이 회복됐고 펀드 출시 1년만에 3조원 넘는 자금을 모았다.

분리과세 혜택은 2017년 일몰제로 없어졌고 공모주 배정도 지난해 일몰될 뻔 했다. 운용사를 제외한 공모주 투자자들이 개인과 일반펀드와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면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오는 2023년 12월 31일까지 배정 혜택을 늘리는 대신 배정 비율은 기존 10%에서 5%로 줄였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8일 오전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공모주 일반청약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4.28/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8일 오전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공모주 일반청약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4.28/뉴스1
배정 비율이 줄긴 했지만 공모주 물량 확보에 여전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보니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는 6월 20일 이후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공모주 중복청약이 금지된데다 향후 SD바이오센서(공모규모 5599억원~6470억원), 크래프톤(공모규모 3조 5000억~4조3000억원), 카카오뱅크(공모규모 2조1599억원~2조5526억원), 카카오페이, HK이노엔, 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급들의 상장이 줄줄이 대기중이어서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측면도 있다.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는 점도 하이일드펀드에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일반 채권형펀드는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 수익률이 줄어든다. 하이일드펀드도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지만 이보다 기업실적 개선으로 인한 채권 가치 상승이 더 커서 금리 상승기에 주목받는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의 전제가 경기회복기란 얘기"라며 "경기회복기에 전반적으로 기업부도율이 떨어져 투자위험도 줄어들고 투자한 기업의 채권가격도 상승해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일드펀드에 자금이 몰리면서 BBB등급 공모 회사채 시장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이 올해 상반기 BBB등급 회사채를 대거 매입하면서다. 올해 두산, 두산인프라코어, 한신공영, 한진칼, 대한항공, 동부건설, 한양, 한라, 현대로템 등이 공모채를 발행했고 모두 평균 모집액의 2~3배가 넘는 매수 주문이 몰렸다.

하이일드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하이일드펀드 가입자라면 대어급 상장을 기다리는게 좋다. 신규 투자자는 초기 물량 배정을 노리고 반짝 인기를 끌다 성과가 안나오고 배정도 못 받아 유야무야 없어지는 펀드도 많으니 이를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성과를 비교하면서 오랜 기간 성적이 괜찮았던 펀드를 찾아 가입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