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G 작성자 "국민연금 '삼성합병 찬성' 문제 아니였다 생각"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박수현 기자 2021.07.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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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프로젝트G 문건 작성자 한모씨 증인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1일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6년 전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국민연금이 수천억원대 손실을 감수하면서 합병에 찬성 표를 던졌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합병비율 문제에 대해 '프로젝트G' 문건 작성자는 마지막 증언에서 "굉장히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는 이날 이 부회장의 공판에서 프로젝트G 문건 작성자 한모씨에 대한 마지막 증인신문 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프로젝트G 문건이 이 부회장 경영권승계 작업 목적으로 작성됐다면서 한씨를 핵심 증인으로 지목, 첫 공판부터 계속 신문해왔다.



이날 검찰은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합병을 앞두고 한씨의 의견을 반영해 작성된 문건 중 '국민연금에서 합병 자체보다 옛 삼성물산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대목을 짚으면서 "미전실에서 노(No)란 가능성을 높게 본 것으로 보인다"라고 물었다.

검찰은 제일모직 1주를 옛 삼성물산 약 3주로 계산한 합병비율 1:0.35는 국민연금에 일방적으로 불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도 이 사실을 알고 국민연금의 문제 제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한씨는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주주를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 같다"며 "국민연금을 접촉하진 못했을 테니 그 내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옛 삼성물산 제1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을 예로 들어 설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 검찰의 품은 의혹과 같은 일은 없었던 것 같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자료에 따르면 이미 삼성이 국민연금와 물밑에서 접촉했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발견된 바 있다.

옛 삼성물산의 또 다른 대주주였던 일성신약 윤석근 대표의 진술에 따르면, 김신 당시 삼성물산 사장은 2015년 7월9일 호텔 일식당에서 윤 대표와 만나 7월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찬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7월9일이면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표를 던지기로 의결하기 바로 전날이다.


윤 대표가 "국민연금에서 반대하면 내 찬성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묻자 김 전 사장은 "국민연금은 다 됐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윤 대표는 이후 특검 조사에서 이 일을 회상하면서 "결정이 나기 전인데 김신 사장이 찬성으로 결정됐다고 해서 많이 놀랐고, 역시 삼성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사장은 특검 조사에서 "제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며 윤 대표의 진술을 부인했다.

또 한씨는 증인석에서 "양사(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주총회 결과를 보면 물산은 30% 가까이 반대하고, 모직은 거의 100% 찬성했는데 그 원인은 합병비율 불만 때문 아닌가"라는 검찰 질문에 "다양한 요인이 있었을 것"이라며 "반드시 합병 비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일성신약 측의 과거 특검 진술에 따르면, 일성신약 윤병강 회장은 1대 0.35 합병 소식을 듣고 크게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고(故) 이병철 회장과 파트너십으로 시작된 일성신약과 삼성 관계가 틀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일성신약은 합병비율이 잘못됐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변호인 측은 당시 옛 삼성물산 주가가 하향세였음을 지적하면서 "많은 시장참여자가 삼성물산의 재무구조, 부채, 영업상황 등을 고려해서 이런 흐름이 이어진 것이고 이 주가도 중장기적으로 형성된 것 아니냐. 그렇다면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는 기업가치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한씨는 "개인적인 의견도 그렇다"며 "주가라는 것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주주들이 모여 합리적으로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대답했다. 한씨는 "다르게 생각하는 주주들의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그런 것들이 모여 회사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법에 따라 합병하는 데 있어 이의나 의문이 없었던 상황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한씨는 "기준주가를 갖고 진행하는 데 있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삼성물산이) 저평가된 시점 아니냐고 주장하는 주주가 있을 수 있지만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문제에 대해 삼성 측은 건설 분야 장기 불황과 옛 삼성물산의 실적부진, 제일모직의 미래 가치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1:0.35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법령에 따라 산출된 숫자일 뿐, 조작이나 개입이 있었다는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상장사 간 합병 방법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5조의5 제1항,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한 2015년 5월26일 당시시장가격에 따라 계산하면 약 1:0.35의 합병비율이 산출된다. 기업가치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주가라는 것, 이렇게 숫자와 공식이 정해진 계산식에서 뭘 부풀리고 뺄 수 있느냐는 것이 삼성의 항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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