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2021.06.23. [email protected]
스트레스테스트는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금융회사의 자본여력이 충분한지 알아보는 테스트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상업용 부동산 40% 급락'을 가정하고 테스트를 실시했다. 최근 '집값의 대규모 조정'을 경고한 한은과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美 연준, 상업용 부동산 40% 급락 시나리오, 한은은 고작 6% 하락 가정...집값 문제에 뒷짐진 한은
비슷한 시기, 미 연준도 은행 배당제한을 풀기 전에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다. 연준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5.5%를 가정했으며 2023년 1분기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 40% 급락(297→178)을 반영했다. 일반주택이냐 상업용 부동산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같은 시기에 한은이 6% 하락을 가정할 때 미 연준은 40% 급락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전세계 주요국 중 집값 상승률 최상위 국가인데도 한은의 시각이 더 낙관적이었던 셈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고평가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유동성 감소, 자본유출 등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가격조정이 나타날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는 2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부동산시장에 검은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며 10년 전 하우스푸어, 깡통전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규모 가격조정'이 최악의 상황에도 6% 하락으로 봤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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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스트레스테스트 시나리오를 짤 때 미국과 달리 부동산을 별도의 독립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금융불균형지수 변동에 따른 종속 변수로 변동률을 가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스트레스테스트는 기본적으로 성장률 하락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집값을 독립변수로 보지 않았다"이라며 "IMF 경제위기 때도 집값이 평균 8%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가정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값이 전세가격 밑까지 떨어지는 '깡통전세'를 경고하면서 '6% 하락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자가주거비용' 항목을 소비자물가지수에 넣어 집값 변동을 간접적으로 물가에 반영한다. 자가주거비용은 집주인이 '주택을 빌려줬을 때 받을 수 있는 임대료'를 뜻하는데 통상 집값이 오르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요구하는 임대료도 올라간다. 여기에 집값 급등으로 집을 사지 못하고 임대를 택하는 사람들의 임대료도 함께 올라간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가운데 임대료 비중은 33%로 단일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호주, 뉴질랜드는 아예 주택취득가격을 소비자물가지수에 넣기도 한다.
반면 우리는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지수에 넣으면 통계왜곡이 될 수 있다"며 보조지표(24% 비중)로만 활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집값 변동이 물가에 적정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도 집값은 중요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코로나19 사태에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온 한은이 집값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원인 중 하나로도 지적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집값 상승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엄밀하게는 물가안정 책임이 있는 한은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정작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집값 통계가 빠진 것은 현시점에서 개선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