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레깅스' 입고 나가도 되는데…"남자는 경범죄 가능성"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1.07.0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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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지면서 공공장소에서 레깅스를 착용하는 사람이 늘자 일부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레깅스를 입을 경우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법조계는 여성이 레깅스를 입고 외출할 경우 사회적 통념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공연음란죄나 경범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다만 남성은 경범죄에 해당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레깅스만 착용한 남성이 일반적이지 않고 특정 신체부위가 부각되기 쉬워 공공 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성의 레깅스 착용은 경범죄 아니지만…"남성은 가능성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산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정재윤씨(27)는 최근 지하철역에서 한 노인과 말다툼을 벌였다. 이 노인은 레깅스 차림이던 정씨에게 '벗고 다니는 게 낫겠다'며 '옷을 안 입은 것 같다'고 타박을 줬다. 정씨는 "노인과 언쟁하고 싶지 않아 '알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며 "레깅스를 입는 사람이 한둘도 아닌데 공공장소에서 입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씨의 사례처럼 공공장소에서 레깅스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경범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레깅스는 이미 여성들 사이에서 '일상복'으로 입는 경우가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사회적 통념에 근거한 경범죄처벌법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경범죄처벌법은 '과도하게 신체의 일부를 노출한 행위'를 경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레깅스를 착용하는 것이 사회적 통념과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경범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김기윤 변호사는 "경범죄처벌법은 사회적 인식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일상복의 개념인 여성과는 다르게 레깅스만 입는 남성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경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레깅스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형법상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범한 변호사(법무법인 YK)는 "남성은 여성과 신체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착용시 특정 신체부위가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수치심을 줄 경우 경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성기가 직접 노출되거나 음란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공연음란죄로 처벌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연음란죄나 경범죄 적용 여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19년 충북 충주에서는 둔부가 드러난 핫팬츠를 입은 남성이 경찰에 체포돼 경범죄처벌법 위반(과다노출)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6년에도 대구 일대에서 티팬티·핫팬츠를 입은 채 카페를 찾은 남성이 공연음란죄가 적용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커지는 레깅스 시장, 늘어나는 갈등…"개인의 복장 규율은 자기결정권 침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입는 일이 늘어나면서 당분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애슬레저'(애슬래틱과 레저의 합성어) 룩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레깅스 착용자는 점차 늘고 있다.국내 레깅스 전문 기업 3사인 젝시믹스·안다르·뮬라웨어의 지난 한 해 매출은 2307억 원에 달하며, 한국의 레깅스 시장은 중국의 2배가 넘는 7227억원으로 세계 3번째다.

일각에서는 기성세대의 레깅스에 대한 선입견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레깅스가 법률상 공공장소에서 착용해도 문제가 없는 복장인데다 실용성을 갖춘 옷임에도 사회적 규범을 내세워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탄압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야하다'는 편견에 의해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될 우려도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인이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는 철저히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며 "공공장소에서 보기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개인의 복장을 규율하는 것은 자신의 복장을 선택할 결정권을 억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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