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말고 공정한 평가 받아본 적 없거든요"…20대의 본심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2021.07.07 05:27
글자크기

[the300][대한민국4.0 Ⅲ ]대통령<6>-②

정치부 대선 기획 기사 관련 토론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치부 대선 기획 기사 관련 토론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대는 정치인들이 이야기하는 공정·젠더갈등·부동산·기본소득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양한 나이와 성별, 직업을 가진 20대 5명과 자유 토론 시간을 가져봤다. 토론의 진행과 기사 정리도 20대 기자가 맡아서 했다. 20대 토론자들은 "20대라고 해서 생각이 다 비슷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치권에서 자꾸 우리를 'MZ세대'라며 편의대로 묶어 특정한 이미지를 부여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능력주의로 매몰되냐고요? 신뢰가 없으니까"
첫 번째 토론 주제는 '공정'이었다. 공정에 가장 예민하다는 20대를 위해 준비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지 들어봤다.



▶정지훈(가명·28세·남·공무원 취업 준비생·이하 정) = 일단 모두가 원하는 곳에 취업해서 대기업의 질 좋은 일자리에 가는 게 보통 목표이지 않나. 그러한 과정에서는 공정한 절차는 시험이 절대적이라고 본다. 결국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정량화된 기준이 시험밖에 없다. 면접은 너무 주관이 들어간다. 납득할 수 없다. 불합격한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문이다.

▶최소현(가명·26세·여·취업 준비생· 이하 최) = 우리나라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인 것 같다. 비계량적 정보도 중요한 걸 안다. 하지만 '얼마나 협력을 잘하는지' 등을 평가받는 데 있어서 그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생각되는 경험이 없는 거다. 학연이나 지연으로 배제된 경험이 너무 많으니까. 그 평가를 신뢰할 수 없으니까.



▶오지문(가명·27세·남·건설회사 직장인·이하 오) = 정량평가를 계속 고집해야 한다고 본다. 비정량평가는 뭐랄까. 많은 사람의 의견이 적절히 합의되면 이상적인 기준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모든 여지를 남기고 합의가 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관행적으로 하던 정량 평가를 하는 게 잡음이 적게 나온다. 대다수가 문제 제기하지 않고 납득할 수 있는 거 같다.

▶구소리(가명·28세·여·대학생·이하 구) = 전 좀 다르다. 일단 정량적인 시험에서 그 보정되지 않는 차별은 비정량적인 제도로 보정할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복지로 앞으로 그 사람의 임금을 보장해주진 못 하지 않나. 단편적으로 '취업하기 전에 얼마 준다' 이런 식이다. 이건 단편적이라서 보정이 안 된다고 본다. 안 좋은 사례도 있지만 그걸 감내해서라도 비정량적이고 보정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해서 그걸로 혜택을 받는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혜택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 제도는 옳은 것이다. 그걸 믿지 못할 제도라고 치부하는 건 좋지 않다.

▶최 = 공감한다. 각자가 처한 현실도 고려하는 게 공정이다. 이번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았을 때 똑같이 집에서 원격 수업을 하는 게 공정하다고 하지만 공정하지 않다. 어떤 집은 원룸에서, 어떤 집은 공부방이 따로 있는 집에서 산다. 개인의 사정을 다 고려해서 정책을 내놓는 게 공정한 사회다.


"20대 남자는 억울해"
정치부 대선 기획 기사 관련 토론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치부 대선 기획 기사 관련 토론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4·7 재보궐선거 이후 20대 남성들의 편에서 이른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페미 논쟁'을 벌여 20대 남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당 대표 선출이 젠더이슈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 사이 젠더 갈등은 왜 일어나는 걸까.

▶오 = 일단 왜 연대책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남녀차별을 한 건 대부분 기성세대인데 우리가 왜? 억울하다.

▶정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오히려 윗세대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2030에게 '니들이 책임져'라고 하는 거 같다. 기성세대가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이걸 우리한테 책임지라는 건 위선적이라고 본다.

▶최 = 이제는 달라졌다고들 주장하는데 현재에도 성별 차별이 존재한다. 출산을 하고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나, 그걸 걱정하는 게 여자다. 애 키울 때 아빠가 데리고 나오는 거랑 엄마가 데리고 나오는 거 시선이 다르고 주 양육자는 여자다. 직장에서도 계급이 위로 올라가면 여자가 적어진다.

▶구 = 여성 인권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마찰음이다. 이걸 순화해 나가는 게 우리의 몫이다. 일단 이 갈등은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남자들이 여태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제자리로 돌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김재희(가명·28·여·IT기업 직장인·이하 김)= 정 직급 이상으로 가면 여성 인원이 정말 없다. 우리 팀장님이 퇴사하면서 유리천장 때문에 나간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부분에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정 = 여성 임원이 적다고 했는데 예전에 여성가족부에서 여성 임원을 모아 놓고 여자라서 차별받았는지 등을 조사한 적이 있다. 여성 임원들은 오직 실력만으로 평가받았다고 했다. 그런 거 보면 유리천장 때문에 여자가 승진 못 한 거는 아닌 거 같다. 그동안 경제활동 하는 남성이 많았기 때문에, 당연히 수가 많으니까 확률적으로 그랬던 것이다. 떨어진 남자도 많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다. 능력주의로 인해 앞으로 여성 임원 비율도 높아질 것이다.

▶김 = 사회적 비용이나 이런 능력으로만 따지면 기업에서는 무조건 다 남자만 뽑는 게 더 시스템적으로 좋다. 산모를 위한 복지 시스템을 안 만들어도 되니까. 다만 그렇게 하면…결국 사회는 다 같이 살아야 하는데, 최대한 많은 사회 구성원을 포용해야 하는데 이게 맞는 건가

▶오 = 모든 20대 남자가 '누린 것도 없는데 왜 연대 책임을 져야 하느냐?' '우리도 피해자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자리를 뺏는 여성할당제나 우리를 상대로 여성들이 미러링을 한다면…20대 남자는 억울하다.

▶김 = 국가가 무책임하다고 본다. 기존의 파이는 한정적인데 이것을 나눠줘야 하니까 '니네끼리 알아서 쪼개봐' 이렇게 구분한다. 그러니까 한쪽은 박탈감 들고 한쪽도 반발심이 일어난다.

▶오 = 맞다. 계속 각박하니까. 누가 더 많은 피해를 봤냐는 싸움의 장으로 변했다.

정치부 대선 기획 기사 관련 토론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치부 대선 기획 기사 관련 토론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집이요? 이번 생엔 못 살듯"

부동산 문제, 아니 단도직입적으로 '집'에 대해 20대가 갖는 생각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토론 전체 시간 중 가장 많은 한숨 소리가 터져나왔다.

▶구 = 난 이번 생에는 집을 못 산다. 그냥 집은 포기. 원룸 좀 그만 살고 싶다.

▶정 =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시장에 개입해서 좋은 꼴은 못 봤다. 부동산 공부 좀 해야겠다. 부모님 댁에서 최대한 빌붙어야겠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한다

▶최 =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근데 요즘 청년 임대 이런 거 나오는 거 보면 국가에서 '너희는 이 정도에 만족해'라는 느낌이 있다. 청년도 그런 집으론 만족이 안 된다. 살 곳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고 내가 원하는 수준의 내 집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김 = 솔직히 현실감이 없다. 부동산 공부도 하고 청약도 하는데 이게 뭐 이런다고 살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리츠(REITs)식으로 해서 몇 년 동안 월 임대료 내면 자가로 전환되는 그런 것도 있던데 그런 걸 좀 해야 할 거 같다.

▶구 = 임차인의 주거권만 제대로 보장한다면 집을 소유하는 게 꼭 중요할까? 이런 생각도 든다. 다른 것보다 저는 지금 좁은 원룸에 살고 있는데 그런 집을 아예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살 수 없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