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품 떠난 멜론…카카오엔터와 합병 잰걸음?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1.07.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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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이 3년 만에 카카오 (36,650원 ▼100 -0.27%) 품을 떠나 홀로서기에 도전한다. 유튜브뮤직·스포티파이 등 국내 안방을 넘보는 해외 서비스가 늘어나는 가운데,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 업계 1위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시너지를 넘어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카오는 1일 멜론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멜론컴퍼니를 신설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운영 주체도 카카오에서 멜론컴퍼니로 변경됐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공동대표가 멜론컴퍼니 대표를 맡고, 김성수 카카오엔터 공동대표와 최용석 카카오 성장지원실장은 사내이사로 합류한다. 정태성 카카오엔터 감사가 감사를 맡는다.



카카오에서 멜론이 독립한 건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앞서 카카오는 2016년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사명을 카카오M으로 바꾸고, 2018년 9월 흡수합병했다. 카카오톡과 멜론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두 달 뒤인 11월엔 멜론을 제외한 콘텐츠 제작·유통사를 따로 떼 내 카카오M(현 카카오엔터 엠컴퍼니 전신)으로 다시 분사시켰다.

멜론컴퍼니는 치열해진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멜론 천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멜론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56만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지니뮤직(505만명) △유튜브뮤직(362만명) △플로(298만명)가 이었다. 이용자의 총사용시간은 멜론이 1269만243시간으로 2,3위인 지니뮤직(817만3829시간)·유튜브뮤직(333만7585시간)을 크게 제쳤다. 지난 2월 한국에 진출한 스포티파이는 각각 28만명, 21만626시간을 기록하며 조사대상 중 꼴찌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멜론 분사로 전문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카카오 공동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배구조 체제를 확립했다"라며 "카카오 공동체가 보유한 음악·영상·스토리 등 콘텐츠 사업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 멜론 안고 韓 콘텐츠 공룡 도약하나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왼쪽부터)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왼쪽부터)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증권가에 따르면 멜론은 연 매출 5000억원에 영업이익 800억원을 내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지난해 카카오 별도매출이 1조7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멜론의 실적 기여도가 높은 셈이다. 그런데도 멜론을 독립시키는 데에는 카카오엔터와의 합병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카카오엔터 상장을 앞두고 콘텐츠 사업을 한 데 묶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멜론컴퍼니 사명 역시 카카오엔터를 구성하는 엠컴퍼니·페이지컴퍼니와 비슷한 데다, 이진수·김성수 공동대표가 멜론컴퍼니 경영진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지컴퍼니의 웹툰 IP(지식재산권)를 엠컴퍼니가 영상으로 제작하고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를 멜론에 선공개하거나, 엠컴퍼니의 연예기획사·음악레이블이 멜론과 협력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방안 등이 기대된다"라며 "이같은 시너지를 내려면 한 회사로 합병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귀띔했다.



양사 합병 시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넘어선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카카오엔터 기업가치를 7조4713억원, 멜론컴퍼니를 3조1548억원으로 추산했으며, 현대차증권은 양사 합병 후 기업가치를 15조원으로 봤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사업을 지탱해줄 캐쉬카우로서 멜론의 존재가 든든한다"라며 "카카오엔터와 합병하거나 외부 파트너사와의 전략적 지분 활용 가능성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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