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발 고혈압약 '아지도' 불순물 파동에 7500억 시장 패닉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7.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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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발 고혈압약 '아지도' 불순물 파동에 7500억 시장 패닉


고혈압 치료제의 불순물 논란에 우리 제약업계가 난데없이 유탄을 맞았다. 캐나다에서 불순물 검출 사례가 나오며 관련 치료제 회수 조치가 내려지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업계 점검에 나섰기 때문이다. 새 유형의 불순물이어서 업계가 해당 성분 관련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쉽지 않은데다 현재 문제가 없더라도 제조 공정상 불순물이 추후 발견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사르탄류 성분 의약품에 대한 불순물 점검을 진행 중인 식약처는 업계로부터 불순물 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한 결과 보고서를 제출받고 있다.



사르탄류는 안지오텐신Ⅱ수용체차단제(ARB) 계열 고혈압치료제로 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로사르탄등 성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해당 성분에서 점검이 진행되는 불순물은 'AZBT'(Azido Methyl Bipheny Ttetrazole)로 통상 '아지도'라고 불린다. 유전적인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성질이 있는 물질이다.

식약처 점검은 캐나다에서 해당 불순물 사태가 빚어지며 시작됐다. 캐나다 연방보건부는 지난 5월부터 아지도가 검출된 테바, 산도즈 등 9개 제약사의 사르탄류 성분 의약품 회수를 진행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달 22일 사르탄류 성분 고혈압치료제를 대상으로 불순물 점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로사르탄은 물론, 올메사르탄, 피마사르탄, 칸데사르탄 계열 의약품에 대해서도 각 제약사에 불순물 검출 가능성을 자체 검증해 보고할 것을 권고했다.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불순물 초과 검출 확인은 제품 판매중지로 이어질 수 있는데, 국내 사르탄류 고혈압 치료제 시장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로사르탄, 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3개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의 외래 처방금액은 7500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고혈압치료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으로 추정되는 규모다.

이에 국내 고혈압치료제 점유율 1위 보령제약 (10,930원 ▼20 -0.18%)은 선제적으로 자체 검증에 나서기도 했다. 자사 피마사르탄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합성공정을 분석했고 아지도 합성 가능성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자체 시험법을 개발해 아지도 불순물 검출 검사까지 진행했다. 자체 개발한 시험은 액체크로마토그래프-질량 분석기(LC-MSMS)로 LOQ(정량한계), LOD(검출한계) 기준을 설정해 진행됐다. 각각의 기준은 아지도 불순물 잠정관리기준인 12.5ppm 대비 매우 낮은 극소량의 불순물만 나와도 검출될 수 있도록 설정됐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자체 검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지도가 이전에는 검출 사례가 없던 새 유형의 불순물이어서 보령제약 처럼 기술력이 있는 업체도 자체 시험법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것. 규모가 작은 제약사는 현실적으로 해당 불순물이 없다는 점을 자체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로 보인다. 식약처도 자체적으로 아지도 불순물 검출법을 개발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당 불순물이 현재 없다고 해도 앞으로 관련된 추가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 역시 업계를 불안하게 한다. 아지도 불순물은 원료의약품 합성과정에서 'Br-OTBN(4`-Bromomethyl -2-cyano-biphenyl)'과 'Sodium Azide(NaN3)'가 반응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순물의 외부 유입이 아닌 제조공정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인 셈. 제조 공정 중 특정 물질간 화학반응으로 해당 불순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순물 검출법을 확립하고 검출 결과를 보고한 뒤 식약처의 결정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상당 기간 불순물 관련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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