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난립 막는 '공동생동 1+3'…중소 제약사 존립 흔든다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1.06.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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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188인 중 찬성 185인, 반대 3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188인 중 찬성 185인, 반대 3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부가 제약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던 복제약(제네릭) 개발에 칼을 빼들었다. 같은 성분의 제네릭 여러개가 한번에 허가받을 수 없도록 공동 임상시험·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을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넘어선 것이다. 이번 규제로 다수 중견·중소 제약사들은 복제약 사업에서 쫒겨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약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시행된다.



이 개정안에는 이른바 '공동생동 1+3'으로 불리는 내용이 담겼다. 공동생동은 제네릭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생동성시험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매출을 나눠갖기 위해 제네릭을 만들어냈다.

제약 업계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관행적으로 여러 제약사가 비용을 분담해 제네릭을 개발한 후 판권도 공동으로 소유해왔다. 생동성시험을 한 회사에 위탁해 나오는 결과 하나로 무제한의 동일한 성분 제네릭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공동생동 1+3 개정안이 시행되면 생동성 시험을 직접 시행한 제약사와 위탁사 3곳까지 총 4곳만 제네릭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생동성시험 1건으로 허가받는 제네릭 의약품 수는 무제한에서 단 4개로 제한되는 셈이다.

공동생동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제약사들이 복제약 대신 R&D(연구개발) 역량을 키워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부터 제기됐다. 올 초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 종근당 등 수탁업체가 의약품을 불법제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요구는 더 커졌다. 한 업체가 제약사 수십곳의 의약품 제조를 맡다보니 품질관리는 뒷전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문제는 제네릭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제약사 대부분은 중견·중소 제약사라는 점이다. 이들은 R&D 자금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생동시험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한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제네릭의 품질 관리 강화 방안을 찾아야지, 아예 생산을 못하게 막아버리는 것은 생존을 막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중소 제약사들은 공동생동을 제한하는 것이 곧 제약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동생동 1+3은 제약업계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라며 "보유 품목 중 대다수가 제네릭인 중소기업들이 개발의지나 성장 동력을 가질 수 있도록 유인할 정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데 이 부분이 빠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중소제약사들은 각 제약사가 제네릭의약품 한 개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 오히려 업계 전반의 생산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공동생동 1+3 시행으로 매출에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일부 중소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나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으로 변신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CRO, CDM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풍선효과로 일부 중소제약사들은 위탁생산을 전문적으로 맡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별 업체들이 생존법을 찾아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중소 제약사들이 생존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생동 1+3 개정안의 시행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동생동이 무제한으로 이뤄지면서 원가가 낮아 품질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 제약업계의 악습으로 꼽혔던 제네릭 난립을 막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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