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현이니, 119 부르자" 큰딸 회유했지만…김태현 "우발적 살인"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1.06.3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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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세 모녀 살인 피의자 김태현(25)이 지난 4월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노원구 세 모녀 살인 피의자 김태현(25)이 지난 4월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의 범행 당일 행적에 대한 구체적 상황이 2차 공판에서 공개됐다. 이날 공판에서 김태현은 A씨의 어머니와 동생을 살인할 의도는 없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2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심 2차 공판에서 검찰 측은 진술조서, 발생보고서 등 130여개의 증거를 제시하며 김태현의 범행 동기, 경위 등에 대해 설명하며 "A씨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119에 신고했으나 김태현이 가지 않겠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김태현은 살인 △경범죄처벌법위반(스토킹) △특수주거침입 △절도 △정보통신망법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재판에서는 범행 당시 A씨와 김태현의 대화가 공개됐다. 김태현은 범행 당일 3월23일 A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A씨가 거주하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갔다. A씨가 범행 당일 오후 11시30분이 다 돼 집에 도착하자 집 안에서 A씨를 기다리고 있던 김태현을 만났다. 김태현은 A씨를 발견하고 A씨의 손에 있는 휴대전화를 낚아챘다.

A씨는 당시 김태현을 알아보고 "태현이니"라고 물어본 후 김태현의 팔에 생긴 상처를 발견했다. 김태현 팔에 난 좌상은 A씨 귀가 이전 A씨의 어머니를 살해하며 생긴 것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당시 A씨가 "119를 부르자"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으나 김태현이 가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흉기는 왜 들고 있냐", "가족들은 어딨냐"고 물었으나 김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이후 A씨가 김태현을 밀어 넘어뜨리는 등 몸싸움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김태현이 A씨를 살해했다.

이후 김태현은 A씨의 휴대전화를 열어 SNS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대화내용을 지우거나 공통으로 아는 지인들의 연락처를 삭제했다. 이날 검찰 측이 김태현이 A씨를 살해한 경위에 대해 설명할 때 재판장에 있던 유족들은 흐느끼고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김태현 "A씨 여동생, 어머니 살해 우발적이었다"
이날 재판에서 김태현은 재차 여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범행은 우발적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태현 측 법률대리인은 "심리분석 결과 피해자의 가족을 모두 살해하고자 사전에 계획한 사실은 없다는 김씨의 진술은 거짓이 아니라고 판단됐다"고 했다.


이어 "청테이프를 준비한 건 가족들 살해가 아닌 제압을 위한 것"이라며 "김씨가 5시35분 쯤 범행 현장에 도착해 B씨를 1시간 가까이 살해하지 않다가 B씨가 반항해 우발적으로 살해를 한 것"이라고 했다.

김태현은 A씨가 귀가하기 전 오후 5시35분쯤 퀵서비스 기사로 가장해 A씨의 집에 침입해 있었다. 당시 A씨의 여동생 B씨가 있었는데 김태현은 B씨를 먼저 살해했다. 뒤이어 오후 10시 쯤 귀가하던 A씨의 어머니도 살해했다.



다만 김태현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집에 남자가 있었어도 제압했을 것"이라며 "배신감과 상처가 컸고 시간이 갈수록 응어리가 지고 화가 나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김태현의 임상심리평가 결과 김태현에게서 거절에 대한 높은 취약성, 자기 과시성, 편집증적 집착이 있었고 범행으로 보복 심리를 충족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태현의 다음 공판은 오는 19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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