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7월 1일 코스닥 시장 출범식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이렇듯 코스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혁신기술을 가진 중소·벤처기업과 자본시장 간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 자본조달의 첨병 코스닥은 지난 25년 어떤 기록을 남겼을까.
/자료=한국거래소
상장기업 수 기준으로 봤을 때 코스닥은 미국 나스닥(NASDAQ)과 캐나다 TSX-V에 이어 글로벌 신시장 중 3위다. 4위 일본 자스닥(JADAQ)과 약 450개사 차이가 난다. 상장기업 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투자 대상이 다양하고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코스닥 상장기업 수 1500개사 돌파는 1000개사 돌파보다 어려웠다. 코스닥은 1996년 시장 개설 이후 11년만에 1000개사를 돌파했다. 2000년대 초반 IT벤처붐이 코스닥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상장은 위축되고 부실기업들이 퇴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007년 1개사뿐이었던 상폐 기업 수는 △2008년 23개사 △2009년 65개사 △2010년 74개사 △2011년 58개사 △2012년 48개사 △2013년 33개사 등으로 늘었다.
코스닥 IPO(기업공개) 시장이 다시 회복된 건 특례상장이 본격화된 2018년부터다. 2018년 90개사가 신규상장하더니 2019년 97개사, 2020년 86개사가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경로 다양화, 4차 산업혁명 도래, 제2의 벤처붐 확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1000포인트: 20년만에 돌아온 '천스닥'
코스닥지수(기말기준) 추이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이렇듯 코스닥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빠르게 회복해 '천스닥'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건 주도 업종의 변화 덕분이다. 과거 코스닥은 IT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위주였다. 그러나 이후 바이오, 2차전지, 5G(5세대 이동통신) 등으로 주도 업종이 크게 변했다.
마지막으로 1000포인트를 넘겼던 20년 전 시총 상위종목들을 살펴보면 이런 변화를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다. 1999년 말 당시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기업은행과 로커스를 제외한 8개 종목은 IT였다. 반면 현재 시총 10개 종목 중 6개 종목이 바이오다.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히는 바이오주 상승을 시작으로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걸맞는 5G와 콘텐츠 관련 종목들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거래소 관계자는 "2000년대 '닷컴 버블' 이후 20년만에 10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이 상징적"이라며 "내실있는 성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수혜로 1000포인트를 이끌었던 바이오주의 상승랠리는 2차전지와 소부장 관련 종목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는 올해 들어 16% 하락한 반면 코스닥150 소재 지수는 6%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 무너진 닷컴버블에 81.45%↓
코스닥 시가총액(기말기준) 추이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은 전세계 닷컴 버블이 한창 부풀던 시기다. 1998년 말 2192.69포인트였던 미국 나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5048.62포인트로 1년 사이 두 배 넘게 급등했다.
코스닥 역시 마찬가지였다. 1999년 5월 4일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 정책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했다. 1998년 2000여개사였던 벤처기업은 3년 사이에 1만1392개사로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기업 수도 331개사에서 540개사로 크게 늘었다.
닷컴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자 코스닥 지수도 빠르게 빠졌다. 여기에 횡령, 배임, 주가조작 등 각종 비리가 터지면서 신뢰까지 저하됐다. 결국 코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0개월여만에 고점 대비 81.45% 급락했다. 1년 사이 시총 69조7000억원이 증발했다.
이후 코스닥은 시장 건전화에 집중했다. 2002년 12월에는 코스닥 시장 신뢰회복을 위해 신규 상장기업들의 질적심사 비중을 강화했다. 또 상장기업에 대한 퇴출기준을 강화해 최저주가 액면 30%, 최저시총 10억원 이상으로 재무적 요건을 보다 까다롭게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