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고용' 보고픈 것만 본다…구호만 남은 '코스프레' 정책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21.07.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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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 Ⅲ] 대통령<4>-①

문재인 정부의 간판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성적표 발송이 임박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이명박 정부의 '7·4·7'(7%대 경제성장률·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부국)을 향했던 잣대가 소주성을 향한다.

정권 초기 새 시대를 열망했던 국민 기대를 끌어올린 공격적 '구호'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정권말 피부에 와닿는 성과에 상당수가 의구심을 가진다는 점도 유사하다. '코스프레' 정책 논란으로 구호만 남고 민생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비판이 이번에도 고개를 든다.



'임금·고용' 보고픈 것만 본다…구호만 남은 '코스프레' 정책


文정부 '간판' 소주성…정책 '방향'은 맞았지만
소주성은 현 정부의 경제 및 사회 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꼽힌다. 가계 소득 및 임금 증가가 소비 활성화와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논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일명 '헬조선'을 경험한 국민 상당수가 기대했다. 대기업 중심의 일명 '낙수 효과'의 반대 개념이라는 설명에 적잖은 호응이 있었다.

핵심은 임금과 일자리다. 소득주도성장은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의 임금주도성장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영업자 등 국내 660만명 규모의 비임금근로자를 고려해 임금이라는 용어를 소득으로 대체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교육비, 전기세, 교통비 등 비용 감소를 통한 가처분 소득 확대 △사회 안전망 확대 등이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수단으로 꼽혔다.



논란은 정부 출범 다음해부터 불거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8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했고 자영업자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소주성의 수혜층으로 여겨졌던 자영업자들이 정작 생존권 위기를 호소한 셈이다.

학계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임금 상승은 대체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시장의 작동 원리를 간과했다는 목소리다. 소득주도성장의 수단인 임금 상승이 최종 목표처럼 추진된 데 따른 부작용이었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전화 인터뷰에서 "노동 배분을 확대해가자는 정책은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동에 대한 배분은 결국 일자리 수 곱하기 임금"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임금 수준을 함께 보면서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이 같은해 1일부터 적용됐다.  이날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463만여명이다.  인상폭은 전년대비 1,060원(16.4%) 상승으로 역대 최고치다. / 사진제공=뉴스12018년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이 같은해 1일부터 적용됐다. 이날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463만여명이다. 인상폭은 전년대비 1,060원(16.4%) 상승으로 역대 최고치다. / 사진제공=뉴스1
통계 해석과 평가도 제각각…코스프레 '정책' 검증 어디로

자의적인 통계 사용 논란도 도마 위에 오른다. 정책 구호를 뒷받침하거나 혹은 반대하기 위해 각종 통계가 '아전인수' 격으로 활용된다는 우려다.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선 한국은행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입안자들의 노동소득분배율 통계가 차이가 난다는 게 논쟁 이슈로 떠올랐다. 노동소득분배율은 한해 생산 활동으로 발생한 국민 소득 중 자본소득을 제외하고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로 일종의 분배 지표로 활용된다. 일각에선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을 근거로 자본가들이 근로자 몫을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장 출신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동소득분배율은 1975년 39.7% 1985년 52.5%, 1995년 60.7%, 2009년 61.2%, 2019년 65.5%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학자 시절 2014년 발표한 '한국의 기능적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논문에 따르면 1999~2007년 불황 국면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감소 추세로 반전됐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던 장하성 주중대사도 이를 근거로 노동소득분배율이 1998년 80.4%에서 2012년 68.1%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노동소득 분배가 악화됐다는 통계를 근거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입안됐다는 게 유 의원 주장이다.

통계 산식이 논쟁의 핵심이다. 한국은행은 산식 분모에 고정자본소모를 제외한 '요소비용 국민소득'을 대입했으나 논문은 고정자본소모를 포함한 '총부부가치'로 계산했다. 고정자본소모는 건물, 설비, 기계 등 유형 고정자산에서 발생하는 가치 감소분이다. 이에 노동소득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있다.

또 고정자본소모가 일종의 투자행위 결과로 증가하는 게 전세계적 추세라는 주장도 있다. 결국 고정자본소모가 분모에 포함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줄어드는 착시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좌우를 막론하고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경제 정책을 평가하는 것이 의미가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찬성하는 측에선 유리한 요소를 반영하고 반대 측에선 뺀다는 것인데 이것은 소주성의 성패를 평가하는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이 2020년 10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이 2020년 10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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