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엔진' 장착한 삼성엔지니어링, 유가 반등에 날아오른다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1.06.28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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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삼성엔지니어링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 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GEC 사옥. /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GEC 사옥. /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 확대로 글로벌 경기가 정상화 국면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침체된 발주시장도 활기를 되찾는 모양새다.



중동 주요 발주처를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 입찰 재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1년 넘게 지연된 UAE(아랍에미리트) 하일앤가샤 상업 입찰이 지난 2월 말 재개됐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줄루프 입찰 일정도 7월로 앞당겨졌다.

이 같은 변화는 해외 발주시장이 유가 급락과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점차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그동안 취소되거나 연기됐던 투자 계획들이 서서히 정상으로 복귀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강한 상승탄력을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 (25,700원 ▲900 +3.63%)의 지난 25일 주가는 2만5000원으로 이달 초 대비 32.28% 증가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85% 이상 급등했다. 24일에는 2만81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최근 증권가는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5일 삼성엔지니어링 목표주가를 기존 1만60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94% 올려잡았다.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도 각각 3만원, 2만8000원으로 상향했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상향이 줄잇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 정상화와 유가 랠리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타사 대비 기술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주가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한다.


한편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 대비 75센트(1.02%) 오른 배럴당 74.05달러를 기록했다. 북해 브렌트유 8월물도 62센트(0.82%) 상승해 배럴당 76.18달러를 나타냈다. 두 유종 모두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연평균 수주 8조6000억원…연간 수주 목표 37% 달성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4년 동안 34조3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기록했다. 연평균 8조6000억원의 수주를 달성하며 풍부한 수주 파이프라인을 갖췄다.

올해 4월에는 사우디에서 7400억원 규모의 'PDH&UTOS(프로판 탈수소 및 유틸리티 기반시설) 프로젝트' 석유화학 플랜트를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AGIC가 발주한 것이다. 앞서 삼성엔지니어링은 AGIC 모회사인 APC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도 삼성엔지니어링은 태국 PTT GC와 1400억원 규모의 '올레핀 플랜트 개보수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PTT GC는 태국 국영석유회사 PTT의 자회사로 태국 정부발주의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관장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이 상업 입찰을 완료한 후 현재 결과 대기 중인 프로젝트로는 △롯데케미칼 라인(24억 달러) △카타르 PVC(3억 달러) △UAE 하일앤가샤(45억 달러) 등이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해외 신규 수주는 2500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 4월 수주한 사우디 AGIC를 포함하면 현재 약 1조원의 수주를 기록하고 있다"며 "1조3000억원의 계열사 수주까지 고려하면 수주 목표(6조원) 달성률이 약 37%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주잔고도 풍부하다. 시장은 수주잔고를 통해 건설사의 잠재 수익창출 능력을 추정한다. 수주한 프로젝트 공사를 진행하며 매출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순이익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1분기 수주잔고는 16조6000억원이다.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했을 때 2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 연구원은 "지난해와 같은 비우호적 시장 환경에서도 수주잔고 성장을 일으켰다"며 "역대 4번째로 높은 수주잔고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악을 디딘 해외 발주시장의 회복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어 삼성엔지니어링의 파이프라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7분기 연속 '흑자 행진'…올해 영업이익 11.6% 성장 전망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꾸준한 수주를 바탕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은 수년째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까지 17분기 연속으로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지난해 매출은 6조7251억원, 영업이익 3510억원, 순이익 244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견고한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조53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5.5% 증가한 1073억원, 순이익은 46.1% 늘어난 1015억원을 내며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삼성엔지니어링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2.4% 증가한 6조8900억원, 영업이익은 11.6% 증가한 39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과 해외 매출 비중에도 2019년과 유사한 화공 원가율을 유지했다"며 "올해 역시 UAE CFP(원유처리시설), 사우디 우나이자 등 주요 프로젝트 매출 기성 확대로 화공 부문의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태국 타이오일, 바레인 밥코 프로젝트 매출 확대 역시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법 손익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본설계부터 설계·조달·시공까지…'FEED to EPC' 전략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공사 현장. /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공사 현장. /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은 'FEED to EPC' 전략으로 타사 대비 경쟁력을 갖췄다. 다수의 건설사가 EPC(설계·조달·시공) 수주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삼성엔지니어링은 EPC 선행단계인 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기본설계)까지 업무 영역을 확대해 연계형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FEED는 플랜트의 전체적인 틀을 정하고 설계와 견적의 기초를 설정하는 작업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는 프로세스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그간 주로 미국, 유럽 국가의 선진 회사들이 주로 장악했던 분야다.

삼성엔지니어링은 FEED를 수행하며 기존 EPC 경쟁입찰 대비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또 FEED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이해도도 동반 향상돼 EPC 수익성 제고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 9조6000억원 중 5조원 이상을 차지한 멕시코 정유 프로젝트와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이 전략이 활용됐다. 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였던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패키지 2, 3의 EPC(2단계) 수주도 앞서 FEED를 수행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는 2025년 FEED 연계 수주가 전체 수주의 50%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발주 정상화 흐름과 별개로 삼성엔지니어링은 FEED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FEED 연계형 EPC 수주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9개 FEED 입찰에 참여했고 현재 2개의 FEED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 강도가 약하고 글로벌 EPC 내에서도 FEED 분야로의 진출 등 기술 경쟁력이 입증되는 만큼 차별화된 멀티플 할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아울러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린 솔루션 사업 전략을 내세우며 탄소 중립,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 등 신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3조원 이상의 삼성그룹공사와 더불어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환경플랜트 분야에서도 삼성엔지니어링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코로나19를 넘어 원유 수요 회복과 함께 향후 플랜트 발주 확대, EPC 수주 증가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동 지분 출자로 합작회사를 설립해 대형 공사에 입찰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현재, EPC사 간 주도권 경쟁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우위를 점할 전망"이라며 "발주시장 회복 국면에서 글로벌 탑티어 수준으로의 도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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