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정복의 긴 여정, 인류의 도전[광화문]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1.06.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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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 파트너사로도 국내에서 잘 알려진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은 최근 두 건의 알츠하이머 신약에 대한 개발 결과를 받아들었다. 하나는 조건부 성공, 하나는 실패였다.

이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바이오젠의 신약후보물질 아두카누맙(상품명 에드유헬름)에 대해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늦추는 효능으로 사용을 승인했다. 아두카누맙은 2003년에 이후 18년 만에 FDA로부터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승인된 신약이다.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의 근본적인 치료에 효능을 인정받은 최초의 신약이기도 하다.



단, FDA는 이 약의 효능을 확인할 필요하다며 추가 임상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일종의 '조건부 승인'인 셈이라 아두카누맙의 효능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풀지 못하는 난제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두카누맙은 위대한 성과로 인정할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상을 완화하는 것과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병의 발생을 차단하는 것은 그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아두카누맙의 허가가 난 뒤 며칠 후 바이오젠은 또 다른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인 '고수라네맙'의 임상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고수라네맙은 아두카누맙과 전혀 다른 기전의 후보물질로 주목을 받았지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바이오젠이 얻게 될 경제적 성과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아두카누맙의 연간 투약비용은 6000만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근거로 수년내 매년 60억달러(약 6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고수라네맙의 경우 후보물질을 사오는데 들인 3억달러와 임상 비용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경제적 성과는 엇갈리지만 두 물질 모두 알츠하이머 정복에는 큰 도움이 됐다는 점에선 이견이 있을 리 없다. 아두카누맙의 허가에 자극을 받은 일라이릴리를 비롯한 후발주자들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허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수라네맙의 실패는 알츠하이머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다른 이들이 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광범위하게 치매로도 일컬어지는 알츠하이머는 영혼을 갉어먹는 질병이란 평가를 받는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도 고통스럽게 만든다. 치매 환자는 질병에 걸린 후에도 꽤 오랜 기간 살아가지만, 인지 능력과 운동 능력이 떨어져 24시간 간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억력을 잃어가는 가족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내로라하는 다국적제약사들이 뛰어들었지만 복잡하디 복잡한 뇌에서 발생한 탓에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대표적인 질병이다. 그러는 사이 전세계적인 고령화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숫자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2017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60세 이상 환자는 약 77만명이다. 전체 치매 환자 가운 데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비율은 74.4%다.

치매 환자는 계속 늘어 2024년 100만명, 2039년에는 200만명이 이 병을 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어느 누구도 직간접적으로 치매라는 질병의 고통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인류가 알츠하이머 정복이라는 위대한 여정의 첫 발을 내디뎠다는 것은 소중한 성과로 평가된다. 인류의 도전이 이어진다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뇌질환 영역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정에 국내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24,800원 0.00%)카이노스메드 (2,895원 ▼155 -5.08%) 등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중추신경계(Central Neural System·CNS)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거대 다국적제약사의 전유물인 CNS계통 신약개발을 우리 바이오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들의 성공도 실패도 언젠가 신약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치매 정복의 긴 여정, 인류의 도전[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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