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모두 트랜스젠더…세계 최초 美가족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6.27 09:58
글자크기
미국에서 부모와 자녀 모두 트랜스젠더인 가족이 탄생했다. 왼쪽부터 메이슨 하콧, 다니엘 하콧, 셜리 오스틴, 조슈아 해콧./사진=미러미국에서 부모와 자녀 모두 트랜스젠더인 가족이 탄생했다. 왼쪽부터 메이슨 하콧, 다니엘 하콧, 셜리 오스틴, 조슈아 해콧./사진=미러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부모와 자녀들 모두 트랜스젠더인 가족이 탄생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미러 등에 따르면 미국의 트랜스젠더 부부인 셜리 오스틴(66)과 다니엘 하콧(44)은 최근 다니엘의 자녀 두 명을 가족으로 맞이했다. 남자아이로 태어난 조슈아(17)와 여자아이로 태어난 메이슨(14)도 트랜스젠더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다니엘은 "아이들이 성전환을 결심했을 때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커밍아웃을 했을 때 거절당하거나 어떻게 대우받을 지 두려워하는 가족과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부 셜리는 남성으로서 두 번, 신랑 다니엘은 여성으로서 한 번 결혼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다니엘이 자녀들과 함께 애리조나에서 트랜스젠더 아이들의 부모를 위한 모임에 참석했을 때 처음 만났다.

이들은 페이스북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가까워졌고 2019년 7월 약혼했다. 셜리는 "다니엘과 함께한 지난 4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 사람은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지만 수술 받을 계획은 없다고 한다. 다만 셜리는 "유방 수술을 받고 싶다"고 했다.
다니엘 하콧과 셜리 오스틴./사진=미러다니엘 하콧과 셜리 오스틴./사진=미러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고 있는 다니엘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성인이 된 이후 결혼하고 두 자녀도 낳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느꼈다.

다니엘은 아들 조슈아가 7살이던 당시 "걸스카우트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자신의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걸스카우트 측에서는 조슈아에게 남자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라며 합류를 거절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12살이 된 조슈아가 다시 한 번 걸스카우트 측에 들어가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여자가 아니라서 안 된다"며 재차 거절당했다고 한다.


속상해하는 조슈아를 본 다니엘은 트랜스젠더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후 다니엘은 의사와 조슈아가 상담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트랜스젠더가 되고 싶다는 것을 알아챘다.

현재 남자로 살고 있는 다니엘은 "변화한 것이 자유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색하다"며 "지난 몇 년은 정말 대단했다. 온 세상이 열린 것 같다"고 기뻐했다.



다니엘은 남성복 매장을 이용하는 것도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며 "이전에는 여자 옷을 입는 게 싫어서 티셔츠나 운동복 바지를 입었다. 남자 옷을 입고 나서는 이 옷이 나한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셜리와 다니엘은 변화된 삶에 적응하기 위해 차량 타이어 교체 방법이나 메이크업 팁 등 서로에게 새로운 것을 하나씩 가르쳐주고 있다.

셜리는 "우리는 트랜스젠더다. 고정관념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를 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며 "한 번은 친구가 '당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들도 자신을 위해 살아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 중 약 140만명, 청소년(만 13~17세) 중 약 15만명이 트랜스젠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