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말 그만 하세요!"...심판이 겨우 뜯어말린 삼성vs공정위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1.06.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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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삼성 웰스토리 부당지원 사건' 막전막후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100% 몰아줘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도록 계약구조를 설정해 준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삼성웰스토리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1.06.2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100% 몰아줘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도록 계약구조를 설정해 준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삼성웰스토리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1.06.24. [email protected]


"조용하세요! 말 그만 하세요! "

지난 6월 2일 오전 '삼성 웰스토리 부당지원 혐의 사건' 2차 심의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4층 심판정. 삼성그룹 측을 대리한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와 공정위 심사관 사이에 감정 섞인 고성이 오가자 심판에 해당하는 위원들이 수차례 가까스로 양측을 뜯어말렸다. 이번 사건 심의에서 공정위와 삼성 간 공방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공정위 심사관은 앞서 5월 26일 있었던 삼성 사건 1차 심의 당시 김앤장 변호사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공정위 심사관은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해 "(해당 변호사가) 공정위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에 대해 '첫 단추를 잘못 뀄다', '황당하다', '흥미롭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다행이다' 등 조롱성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도 "심의에 참석한 다른 공정위원들도 이런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는 취지로 김앤장 변호사에게 주의를 줬다. 이 과정에서 조 위원장이 문구를 미리 준비해 읽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해당 변호사가 "정중하고 품격 있게 임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공정위 VS 삼성 '날 선 공방'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기업집단 삼성의 부당내부거래 제재'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미래전략실 개입 하에 사실상 이재용 일가 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100%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도록 계약구조를 설정해준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웰스토리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2021.6.24/뉴스1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기업집단 삼성의 부당내부거래 제재'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미래전략실 개입 하에 사실상 이재용 일가 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100%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도록 계약구조를 설정해준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웰스토리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2021.6.24/뉴스1


공정위와 삼성 간 '날 선 대립'은 사건이 심판대에 오르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약 10개 대기업의 부당지원 조사에 대대적으로 착수했는데, 삼성은 이 중에서도 '핵심 사건'으로 평가됐다. 공정위로선 사활을 걸고 4년 동안 사건을 파헤쳤고, 여기에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은 최대 로펌 김앤장을 동원해 대응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총 4명의 전·현직 삼성 임원을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지만, 결과적으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만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최 전 실장과 삼성전자(법인)를 고발하고,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웰스토리 등 5개사에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동의의결' 기각 후 제재...법정서 2차전 예고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사옥 모습. 2020.10.28/뉴스1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사옥 모습. 2020.10.28/뉴스1
이번 사건 심의의 특징은 '동의의결'과 '본안'을 함께 다뤘다는 점이다. 동의의결은 위법 혐의가 있는 기업의 자진시정·피해구제를 조건으로 위법성을 가리지 않고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는 제도다. 삼성은 첫 심의를 2주 앞둔 5월 12일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5월 26일 첫 심의에선 본안만 논의했다. 6월 2일 2차 심의에서 동의의결과 본안을 함께 다뤘는데, 심의 참석자들은 김앤장이 동의의결에 대한 부분의 발표를 비교적 짧게 마무리한 것을 인상적으로 기억했다.

여기에 대해선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동의의결 수용 여부가 결국 이번 사건이 '고발 대상'이 되느냐에 달린 만큼 김앤장이 본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첫 번째다. 공정거래법상 위반 행위가 중대·명백해 고발이 필요한 경우에는 동의의결을 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당시 업계가 동의의결 수용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었던 만큼 김앤장도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당시 공정위 내에서도 "동의의결을 받지 않겠냐"는 전망이 적지 않게 나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결국 동의의결을 기각했다. 공정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가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을 수용한 사례가 있다"며 "삼성 동의의결을 기각할 경우 '한국 기업을 역차별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는데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삼성 고발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명확히 내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심의 과정에서 공정위 심사관은 동의의결 수용을 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삼성이 제시한 2000억원 규모 자진시정안에 대해 "사실은 500억원대에 불과하다"고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이 제시한 2000억원 자진시정안 중 1500억원은 '상생펀드 신규 조성 후 투자자금 대출 지원' 방식인데, 이는 1500억원을 은행에 예치한 후 발생한 이자를 재원으로 공급하는 형태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행정소송을 통한 '2차전'을 예고했다. 삼성은 "임직원 복리후생을 위한 경영활동이 부당지원으로 호도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정에서 '부당지원 의도'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웰스토리 부당지원 의도와 관련해 '경영권 승계 연관성'을 제시했는데 이 부분은 심의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이밖에 부당지원 사건에서 따지는 '정상가격'을 공정위가 산정하지 않은 점, 공정위가 제시한 자료의 증거능력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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