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삼성과 사업협력 '훈풍' 탄 SK매직…IPO '멈칫' 이유는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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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실적 호조에 향후 사업 전망도 밝아…오너리스크에 따른 ESG 부담에 상장은 어려울 듯

SK매직 본사가 위치한 서울 청계천 삼일빌딩. /사진=SK매직SK매직 본사가 위치한 서울 청계천 삼일빌딩. /사진=SK매직


코로나19(COVID-19)가 낳은 '집콕' 훈풍을 탄 SK매직의 상승세가 무섭다. 가파른 성장세에 수익성도 챙기며 신용등급도 고공행진이다. 그러나 연이은 낭보에도 SK매직의 표정이 마냥 밝지는 못하다. 한껏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뜻하지 않은 '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히며 숙원사업인 IPO(기업공개)는 다음을 기약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SK매직의 신용등급이 줄상향됐다. 지난 2월 한국신용평가가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0(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이달 중순 한국기업평가도 기존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올렸다. 나이스(NICE)신용평가 역시 정기평가를 통해 장기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상향했다.



매출 1조 찍고 신용도 A+ 도장 '쾅'
/사진=SK매직/사진=SK매직
국내 3대 신평사가 모두 SK매직의 신용등급을 최상위 수준으로 인정한 것이다. 신평사들은 등급 고평가 이유로 △렌탈 계정기반 확대로 사업안정성 제고·수익성 개선 △규모의 경제 효과로 견조한 이익창출력 유지 가능 △그룹 내 위상 강화와 유사시 지원가능성 등을 꼽았다.

안수진 나이스신평 선임연구원은 "(SK매직은) 다양한 가전제품을 제조, 이를 판매·렌탈하며 양호한 사업기반을 보유하고 있다"며 "렌탈시장 경쟁심화에도 불구하고, 매출외형 성장을 통해 안정적인 영업이익이 창출 가능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SK매직은 동양매직에서 2016년 11월 SK네트웍스로 편입된 이후 외형적인 성장과 내실을 모두 다지고 있단 평가다. 지난해 매출액이 1조246억원으로 3년 만에 2배 가량 껑충 뛰며 창립 이후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렌털 계정수는 200만을 돌파하며 코웨이에 이어 2위로 자리매김했다고, 매출액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A) 비율도 10%를 상회하는 우수한 지표를 보이고 있다.

사업은 올해도 순풍
SK매직은 삼성전자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통해 대형가전 제품을 라인업에 추가하고 결합 관리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SK매직SK매직은 삼성전자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통해 대형가전 제품을 라인업에 추가하고 결합 관리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SK매직
업계 안팎에선 SK매직이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주력 상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며 비스포크 냉장고와 세탁기·에어컨 등 대형가전까지 취급하게 되면서 렌털 라인업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고객접점을 확대하고, '렌털' 비즈니스 모델을 '공간 관리'로 확장하는 것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효과가 날 것이란 관측이다. SK텔레콤과 손 잡고 방문 수요가 높은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정수기·공기청정기 판매를 시작한 SK매직은 방문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옷장과 드레스룸까지 정리해주는 '공간 관리 서비스'도 선보였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넓히고 있다. 웰스가 먼저 선보이며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가정용 식물재배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스마트팜 벤처기업 AIPLUS를 인수하며 연내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신용등급 향상으로 자금 조달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이며 신사업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순항 중 ES'G' 암초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등을 받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사진=뉴시스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등을 받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사진=뉴시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상장은 올해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SK매직의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며 상장 추진을 예고했던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2235억원을 배임·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다.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사전작업은 마쳤지만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암초를 만난 것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에 올랐고,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태'·쿠팡 '물류센터 화재' 등으로 거버넌스(G) 요소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 회장의 '사법리스크' 부담은 기업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SK그룹이 국내 ESG경영 트렌드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SK네트웍스 계열사인 SK매직의 상장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이 같은 리스크가 상승세를 보이는 렌털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향후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SK매직이 IPO에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매직 측은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및 성장을 위한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성장을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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