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해외점포 신규설립 프로젝트 현황/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
지난해 글로벌 사업이 농협은행의 순익에서 차지한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사업 초기단계여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 사업 영업이익은 19억6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공격적인 확장을 예고한 만큼 10년 뒤인 2030년 순익 비중은 5%, 영업이익은 1000억원으로 훌쩍 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NH농협금융그룹의 전략도 은행과 맞물려 돌아간다. 농협금융은 2025년까지 13개국에 28개 네트워크를 갖추려 한다. 코로나19 시대 다른 은행의 글로벌 확장세가 주춤한 사이 농협은행과 그룹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물론 갑자기 이뤄진 일은 아니다. 그동안 씨앗을 뿌렸고 이제 수확의 계절이 다가왔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특정한 약점이 아닌 농협중앙회 명칭 때문이기에 농협은행 글로벌 사업은 늦었지만 희망적이다. 금융과 비금융이 경계 없이 융합하는 시대 농협중앙회 안에서 '금융-농업', '금융-유통' 등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농협중앙회 시절 해외사무소를 운영해 온 노하우, NH농협무역·농협사료·농우바이오 등 농협중앙회 계열사가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 등은 농협은행만의 자산이다. 현지에서 자리 잡은 타행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다른 은행에 없는 농업의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농협은행 글로벌 중장기 수익 목표/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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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이 진출한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서는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지만 농업금융은 없어 농기계, 농자재를 새로 들일 때 어려움이 따른다. 자원이 풍부하지만 자산이 없는 애로점도 있다. 캄보디아는 삼모작이 가능한 나라지만 저장 시스템, 도정 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농협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만큼 많은 셈이다.
농협은행은 현지 사정에 딱 맞는 농업금융 상품으로 시장을 개척 중이다. 미얀마에서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애그리 론'(Agri Loan)을 출시해 충성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얀마법인은 에야와디, 사가잉, 마궤주 등 농민이 많은 지역에 지점을 뒀다. 일반 대출은 규모가 최대 50만짜트(한화 약 40만원)인데 애그리론은 100만짜트(한화 약 80만원)로 2배 정도 넉넉하다. 금리는 약 24%로 일반대출(약 28%)보다 낮다.
캄보디아에서는 농산물 수확주기를 반영한 '시즈널 론'(Seasonal Loan) 출시를 검토 중이다. 농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획한 상품이다. 이자만 내다가 농산물 수확 주기에 맞춰 원금을 일시상환하는 구조다. 대출 규모는 3000달러~1만달러(한화 약 338만~1128만원), 만기는 수확 주기에 따라 6~12개월로 안을 짜놨다. 우대금리 적용 등도 고려한다. 앞으로 농기계 대출 등으로 농업금융의 사업 기반을 넓혀갈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농업금융의 강점을 살려 현지 협동조합 기구와의 협업으로 신사업 기회도 모색한다. 그룹 차원에서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중국의 공소그룹과는 합작법인을 운영하기로 했다. 손해보험·증권사 합작 사업도 논의 중이다. 인도에서는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과 합작법인을 만들었는데 협력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베트남에서는 베트남협동조합연맹(VCA)과 함께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김형신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문장(부행장) 겸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부사장)은 "우리나라의 농협 같은 농업 관련 기구가 있지만 농업금융을 다루지는 않아 농협은행에 기회가 많다"며 "해당 나라의 협동조합과 협력해서 농민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농업 분야를 선진화하는 것이 농협은행만의 특별한 글로벌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축은 선진금융, 기업금융…"결국은 글로벌+디지털이 답"첫 글로벌 진출 지역을 미국 뉴욕으로 삼았던 농협은행은 선진금융, 기업금융 시장도 노린다. 미얀마, 캄보디아가 소매금융의 거점이라면 미국과 홍콩, 호주, 영국은 선진금융의 허브로 삼을 계획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싱가포르 등 신규 시장 진입도 큰 그림 속에 있다. 선진금융 시장에서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에 힘쓴다. 둘 이상의 은행이 공동으로 대출을 내주는 '신디케이티드론'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베트남과 중국, 인도는 기업금융에 특화한 지역으로 키우려 한다.
농협은행은 무엇보다 글로벌 주요 거점에 깃발을 꽂고 토양을 가꿔 가려 한다. 세계 금융 허브에 지점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고 봐서다. 홍콩에서는 내년 1월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호주 시드니의 경우 연말에 인가를 획득해 영업 개시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영국 런던 사무소는 하반기에 세울 예정이다. 본점 글로벌사업부에서는 연일 화상회의로 현지 당국과 의견을 조율하거나 현지 인력 채용을 진행하느라 분주하다.
향후 글로벌과 디지털 전략을 융합시키는 것도 농협은행의 핵심 과제다. 농협은행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한국계 은행 처음으로 재택근무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디지털 경쟁력을 테스트했다. 캄보디아 전자지급결제사 '윙' 등 현지 핀테크 업체와 협업 영역을 늘려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사무실에 지구본을 2개 놔두고 글로벌 전략을 고심 중인 김용기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 부장은 "농협은행은 후발주자지만 네트워크가 갖춰지면 차별화한 사업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영역은 결국 글로벌과 디지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