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소문 확인하려 숙박업소 CCTV 조회…"집단성폭력 경찰 파면하라"

머니투데이 김자아 기자 2021.06.2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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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태백경찰서 소속 남성 경찰관 16명이 신입 여경을 2년간 집단 성희롱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가해 남경들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글이 올라왔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백경찰서 집단성폭력 가해 남경들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강원도 태백경찰서 소속 남경들이 2년간 신입 여성 경찰관에게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범죄를 저질러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가해 사실들을 나열했다.

가해 남경들은 피해 여경에게 "가슴을 들이밀며 일을 배우더라" "얼굴이 음란하게 생겼다" 등의 성희롱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한 남경은 여경 휴게실에 들어가 피해 여경의 속옷 위에 꽃을 올려두기도 했으며 순찰차에서 안전띠를 대신 매달라고 요구한 간부도 있었다.



이뿐 아니라 가해 남경들은 피해 여경의 성관계 횟수에 관한 소문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이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불법으로 숙박업소 CCTV를 조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원인은 "신입 여성 경찰관이었던 피해자는 반복적으로 이뤄진 집단 성희롱과 성추행에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해 여경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태백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고충을 신고했으나 아무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청원인의 설명이다.


또 가해자들과의 분리도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 2월에 들어서야 피해 여경이 다른 지역 경찰서로 발령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결국 피해자가 자리를 피해야 했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심지어 태백경찰서 남경들의 집단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태백경찰서 직장협의회는 피해자 보호는커녕 가해 남경들을 감싸기 바빴다"고도 주장했다.

직장협의회는 피해 여경의 폭로에 대해 △내용이 과장되게 작성 △남녀가 사귀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분 등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청원인은 "명백한 2차 가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집단성폭력 사건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태백경찰서 소속 남경은 총 16명이다. 경찰청은 이들 중 12명에게 징계를, 4명에게 직권 경고를 하도록 강원경찰청에 지시했다. 태백경찰서장에게는 지휘 책임을 물어 문책성 인사 발령을 냈다.

청원인은 "이번 사건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경찰 조직에서 발생한 집단성폭력 사건이며 사건 대응 과정에서의 미흡한 조치와 2차 가해로 피해자는 큰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가해 남경들에게는 파면 조치가 마땅하다"며 "또한 이러한 성폭력을 묵인하고 방관한 태백경찰서장에게 문책성 인사 발령은 너무나 가벼운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서장에 대한 징계 수위 재심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청원인은 경찰 내부에서 여경들이 겪는 성범죄 피해에 대해 언급하며 조직문화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내부에서 반복되는 여성 대상 성범죄는 여경을 경찰이 아닌 여성으로 여기는 성차별적인 조직 문화로부터 비롯된다"며 "성평등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내부 개혁을 실시하라"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개혁 내용으로 △성폭력 사건 발생 시 피해자와 가해자 즉시 분리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 △성범죄 피해자가 조직 내 성범죄 사건을 익명으로 안전하게 공론화할 수 있는 핫라인을 설치 △조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 실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경찰 조직 내 여성 경찰관의 비율을 대폭 확대해 남성 중심적이고 성범죄에 관대한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갖춰야 할 경찰이 집단 성범죄를 저지른다면 경찰 조직은 존재할 명분을 잃는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경찰 조직을 신뢰할 수 있도록 이번 사건 가해 남경들에 대해 파면 그 이상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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